“정상회담이 성공적이냐 아니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일단 두 정상이 만나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울리히 잠 전(전) 동서독 정상회담 실무단장)

“정상회담 한번으로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에른스트 귄터 슈테른 전 동서독 정상회담 선발대장)

30년 전 동·서독 정상회담의 경험을 남북정상회담에 접목시키자는 의도에서 기획된 ‘동서독 회담 주역에 듣는다’에는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 많았다.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의 공식·비공식 수행원이기도 했던 이들이 한결같이 강조한 것은 처음 열리는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라는 것이다. 정상회담 한번으로 무엇인가를 이루려 하기보다는 차근차근 후속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누차 강조했다.

북한이 새겨들었으면 하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가령 의전과 경호문제에 대해 동독은 서독이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세심한 배려를 했다고 한다. 슈테른 전 선발대장은 “동·서독이 합의사항을 벗어나는 것은 없었다. 양측이 회담 성공을 위해 매우 노력을 했다”고 밝혀 ‘상봉’과 ‘회담’이 여전히 분리돼 있는 남북 정상회담에 참고가 될 것 같다.

두 사람은 독일 통일이 바로 자신들의 손끝에서 시작됐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지팡이를 짚고 마중나온 잠 전 단장은 “통일업무가 상당히 힘들어 브란트 총리와 일할 때는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고 회고했다. 슈테른 선발대장은 파일 수십 권을 간직하고 있었고, 사진을 제공하기도 했다. 독일이 30년 전 정상회담을 갖고 10년 전에 통일을 이룩한 것은 이런 헌신적인 사람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인터뷰를 마치면서 기자는 올해 82세의 울리히 잠 전 단장의 생전에 한국이 통일됐다는 소식까지는 아니더라도 통일의 전망이 보인다는 소식을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정치부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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