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한 고위 외교당국자는 5일 “북한이 사전에 군사적 목적과 관계없는 상선 등이 우리 영해나 북방한계선(NLL)을 통과하겠다고 사전통보하면 허용하되, 상호주의에 따라 우리 측 선박도 필요할 경우, 북측에 사전 통보해 북측 영해나 NLL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북측 선박이 사전통보를 거쳐 우리 측의 허락을 받지 않고, 우리 영해나 NLL을 침범해 통과하려 할 경우, 정부는 앞으로 이를 허용하지 않고 강력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선박의 영해 침범 이유에 대해 다각적으로 분석 중이며, 만약 북한이 경제적 이유에 의해 우리 측 영해를 통과하는 항로를 쓰고 싶다면 ‘몇 월 며칠 몇 시에’ 통과한다는 사전통보를 할 경우, 이를 허용할 방침”이라면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도 대북 포용정책 차원에서 그런 결정을 내렸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그동안 대북 식량·비료지원이나 금강산 관광의 경우, 우리 선박들도 사전통보한 뒤 NLL을 통해 북한에 간 것이 거의 1000번에 이른다”면서, “이를 상선 등에까지 확대하는 경우에도 서로 사전통보를 통해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동원 통일부 장관은 이날 민주평통 합동회의 보고에서 “정부는 재발 방지와 남북한 간 해운협력을 위해 해운합의서 채택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 상선의 제주해협과 북방한계선(NLL) 침범 사태와 관련, 6번째로 우리 영해로 접근하던 북한 상선 청천강호가 항로를 변경, 제주해협을 우회해 항해 중이라고 5일 합참이 밝혔다.

합참은 쌀 1만t을 싣고 일본 홋카이도를 출발, 남포항으로 향하던 청천강호(1만3900t급)는 5일 오전 1시쯤 제주해협 인근 해상으로 접근했다가 항로를 바꿔 공해상인 제주 동남쪽으로 우회했으며, 오후 3시 현재 제주도 서귀포 남쪽 4마일 공해상을 항해 중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같은 청천강호의 항로 변경을 북측의 태도 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1시 제주해협을 통과한 북한 상선 대홍단호(6390t급)는 이날 오후 4시 현재 부산 인근 조도 동북쪽 33마일 지점 공해상을 항해 중이며, 6일 정오쯤 동해 앞바다 북방한계선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고 합참은 밝혔다. 대홍단호는 이에 앞서 제주해협 통과 직후 교신을 통해 “다시 영해를 침범하지 않겠다”고 우리 해군함정에 밝혀왔다.

국방부와 해군은 북한 상선이 사전통고 없이 영해를 침범할 경우 강력 대응키로 하는 한편, 사전통고를 하고 영해에 들어올 경우 검문 및 감시체제 등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 김민배기자 baibai@chosun.com
/유용원기자 ky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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