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해인 제주해협을 통과한 북한 상선 3척중 2척이 4일 오전 군사작전 지역인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데 이어 또 다른 북한 상선 1척이 5일 오전 1시30분께 제주해협을 무단으로 통과했다.

선원 41명과 고열탄(석탄의 일종) 8560t을 싣고 중국 평산에서 출항한 북한 상선 대홍단호(6390t급)가 4일 오후 10시15분께 우리 영해인 제주해협에 진입한 데 이어 이날 오전 제주해협을 통과, 청진을 향해 항해중이라고 군 당국이 밝혔다.

군 당국에 따르면 또 선명(船名)이 식별되지 않은 북한 상선 1척이 추가로 제주해협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군 당국 및 해경은 대홍단호가 제주해협에 진입하는데도 무선통신을 통한 `경고'와 `고속 위협기동' 외에는 적절한 저지책을 구사하지 못했다.

해군과 해경은 제주해협이 우리 영해임을 들어 대홍단호 옆에서 근접기동하면서 항해를 저지하고, 공해상으로 나갈 것을 거듭 요구했으나 대홍단호는 이를 무시하고 계속 제주해협을 항해했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그러나 대홍단호는 해경과의 무선교신을 통해 '제주해협 통과시 사전통보 및 허가요청을 해야 한다는 남한정부의 입장을 듣기 전에 이미 중국 평산에서 출항했으니 제주해협 통과를 양해해 달라'고 밝혀 앞으로는 북측이 사전통보 및 허가요청을 해올 것임을 시사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대홍단호가 전날 밤 제주해협에 진입하자 김동신(金東信) 국방장관은 국방부로 긴급 복귀해 군 주요 지휘관들과 새벽녘까지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작전수위를 비롯해 해경으로의 작전권 이양문제 등을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이날 회의에서 일부 지휘관들은 사전 통고를 하지 않은 북한 상선이 한꺼번에 영해를 침범하고 있는 점을 중시, 북한이 의도적으로 저지른 도발행위라며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군당국은 제주해협이 제3국 선박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국제통항로인 만큼 북한 상선만을 긴급 저지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고 석탄을 선적한 상선을 정선, 나포하는 등 물리적으로 제지할 경우 국제적인 비난을 살 것을 우려해 인도주의 차원에서 통과하도록 묵인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군은 해상에서 야간 저지작전을 펼 경우 자칫 해군과 해경 경비정의 인명피해가 날 것을 우려해 물리적인 행동을 최대한 자제토록 작전지침을 하달했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에 앞서 4일 오전 5시30분께 제주해협을 통과한 백마강호가 동해상 NLL을 거쳐 청진으로 입항했고, 오전 11시5분께 청진2호가 서해 NLL을 넘어 해주에 입항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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