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당국은 북한 상선 청진2호와 백마강호, 령군봉호의 영해 침범에 이어 4일 저녁 `대홍단호'(6390t급)가 또 다시 제주해협으로 진입하자 아주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군은 영해를 침범한 대홍단호가 비무장한 민간의 `상선'임을 감안해 소흑산도 근방의 영해 침범 이후 7시간여 동안 해경과 연계한 감시 및 차단활동에 주력했다.

이는 군함과 달리 상선은 직접적인 위해행위를 하지 않아 준실전과 같은 군사작전을 벌이기는 무리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군은 북한상선이 영해침범을 또 다시 감행할 경우 엄중 대처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향후 대응 수위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군과 해경은 북측 선박에 무선통신을 주고 받으며, 영해 침범 사실을 고지하는 수준의 감시 및 영해 차단 `작전'을 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사정을 고려해 해경 경비정은 북측 상선이 진행하는 방향의 앞에서, 해군 초계함과 고속정 편대는 후미에서 북한 선박을 뒤쫓으며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 영해를 침범한 북측 선박을 정선시키거나, 나포할 수 있지만 북측 상선이 6천-1만t급 이상의 대형 선박이어서 이같은 방법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군은 당초 이날 오후 9시 50분에 북측상선의 이동상황을 설명키로 했으나, 이를 10시 30분으로 미뤘다가 또 다시 밤 11시 이후로 연기하는 등 동분서주했다.

군 관계자는 이와관련, '북측이 대형 상선을 동원해 제주해협으로 밀고 들어올지는 예상도 못했다'면서 '대형 선박을 정선하거나, 나포하는 일이 그리 쉽지않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상황 탓인지 우리 군은 북한 민간선박 대응문제는 해경측에서 주도적으로 맡는 것이 여러모로 모양새가 좋다고 보고, 해경과 작전권 이양문제를 놓고 협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북한상선의 영해 침범과 관련, 김동신(金東信) 국방장관은 '전직원들이 비상사태에 준하는 마음자세로 근무에 임할 것'을 지시해 놓고 있다.

특히 김 장관은 밤 11시께 국방부로 긴급 복귀해 북한 상선의 제주해협 진입과 관련 상황을 합참 지휘통신실로 부터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했다.

조영길(曺永吉) 합참의장을 비롯해 합참 부장급 이상 주요 지휘관들도 3일째 비상근무체제로 돌입해 시시각각 상황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국방부측은 이날 오후 유엔사 군정위 비서장급 회의 개최를 요구한 전화통지문을 북측이 수령해간 점을 중시하고, 북측이 `회담장'으로 나올 것으로 다소 낙관하는 눈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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