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사상 처음으로 금강산 관광지와 개성공단 지역에 자본주의의 상징인 옥외광고를 설치할 수 있도록 승인한 사실이 밝혀졌다.

북측은 이들 지역에 외국기업들은 물론 한국기업들에 관한 광고들도 게시할 수 있도록 승인한 것으로 확인돼 점진적인 개방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조선해외동포원호위원회와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이상 위원장.김용순) 산하 조선 56무역회사 모란사무소는 독일소재 동포기업인 한백상사(사장.崔建國)가 이 사업을 하도록 허가했다.

최건국 사장은 월북한 최덕신(崔德新) 한국 전 외무장관과 유미영(柳美英) 북한 천도교회 중앙지도위원장 부부의 장남으로 북측과 아주 가까운 인물이다.

합의서들에 따르면 북측은 한백상사가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는 장전항에 2개의 대형 광고판을 설치하여 운영토록 1차로 승인했으며, 광고의 실효성과 경제적 이익과 운영실태 점검후 추가로 금강산 다른 관광지역 및 개성공단과 그 주변 관광지에 광고판을 설치토록 허용했다.

합의서는 '광고판의 광고 내용은 제3국 또는 남조선 기업들의 광고들도 게시할 수 있다'로 돼있다.

한백상사측은 1차로 7월말까지 국내외 관광객들이 금강산 관광시 반드시 보게되는 장전항내 백암바위와 채석장 앞에 각각 1개소씩을 비롯, 2차로 온정각휴게소, 금강산 문화회관, 김정숙휴양소 등 3개소에 가로 27m, 세로 13.5m의 광고판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백상사의 서울 파트너인 ㈜보민상사(사장.孫基哲)는 현재 미국과 한국 등 국내외 기업들을 상대로 광고주들을 모집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자본주의의 상징인 광고사업을 승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외화를 벌어들이고 향후의 변화에 대비하는 실험적인 시도로 볼 수가 있어 주목된다.

북측의 옥외 광고 허용은 또 한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의 북한에서의 이미지 제고와 잠재적 시장에 대한 진출이라는 측면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한백상사측은 북측에 사업 허가 신청시 10년간 계약을 요청했으나 북측은 합의서에서 계약 기간은 명시하지 않았다.

최덕신-유미영 부부는 70년대 말 미국 망명에 이어 86년 월북했으며, 건국씨와 인국(仁國.54)씨 등 두 아들을 두었는데, 이들 형제는 75년 형 건국씨가 독일로 간 후 이산 25년만에 지난해말 베이징(北京)에서 상봉했었다./베이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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