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시내 천리마 거리에 자리잡은 대동강 맥주집에서 맥주 즐기는 평양시민들./연합자료사진

북한이 최근 「술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술풍」(술문화) 뿌리 뽑기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북한당국은 최근 간부들과 주민 교양자료로 발간해 시달한 문건에서 사회에 비사회주의적인 술풍이 만연해 있다면서 이의 척결을 촉구했다. 심지어 『술을 마시기 좋아하고 술풍을 조장하는 사람들은 반당반혁명행위, 이적행위를 하게 된다』고까지 강조했다.

지난 9월 조선노동당출판사가 발간한 것으로 돼 있는 이 문건은 A4용지 7쪽 분량으로 자유북한방송(freenk.com)이 입수해 제공했다.

문건에 따르면 최근 북한 사회에 ▲술이 없으면 손님접대, 병문안도 할 수 없는 것처럼 그릇되게 생각하는 현상 ▲수술 후 의사들에게 술을 먹이고 또 먹는 것이 관례로 굳어지고 있는 현상▲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쩍하면(시도 때도 없이) 술판을 벌이는 현상이 퍼지고 있다.

또한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나 각종 동원 출장, 훈련 등 외지생활을 하면 당연히 술을 마셔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현상 ▲ 여러 가지 턱(내기)놀음을 하면서 술판을 벌이는 현상 ▲업무시간, 경비근무시간까지 여럿이 모여앉아 버젓이 술을 마시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문건은 소련의 해체와 동유럽 사회주의 붕괴도 술풍과 일정한 연관이 있다며 술풍이 체제붕괴로 이어질 수 있음도 경고했다. 일례로 소련에서는 1985년 5월 금주령까지 내렸지만 만연된 술풍을 막을 수 없었고 결국 사회주의 제도가 붕괴됐다는 것이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최근 북한에서는 경제시스템 붕괴와 사회주의 장래에 대한 비관 등으로 엘리트들의 음주가 급증하고 있으며 식량을 빼돌려 술과 바꿔먹다가 처벌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부분적인 현상이기는 하지만 소주에 밥 말아먹는 것을 자랑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개인장사가 늘어나면서 옥수수, 도토리, 감자 등으로 술을 만들어 내다 파는 주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밀주는 개인장사꾼들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고, 술맞이 좋다고 소문난 밀주 제조자에게는 주문이 폭주하기도 한다.

문건은 이러한 술문화를 없애기 위해 밀주 근절을 강조하고 있다. 밀주행위가 왜 나쁜가에 대해 환기시킨 적도 여러 차례 된다. 귀중한 식량을 낭비하면서 개인의 돈주머니를 불리는 밀주는 범죄행위이며, 이러한 행위는 발견 즉시 짓뭉개버려야 한다고 문건은 지적하고 있다.

관혼상제를 소박하게 하는 것도 술풍을 없애는 방법 중의 하나이며 특히 간부들이 솔선수범해 각종 술접대를 받지 않는 것도 술풍을 막는 방법이라고 문건은 밝히고 있다./강철환기자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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