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민군에는 장성급만 1400여 명에 이른다. 우리 군장성의 3배를 훨씬 넘는 수치로 가히 "별들의 잔치"라 할만하다. 이들 가운데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차수(次帥: 대장과 원수 사이. 13명)라는 계급도 있고 원수(1명, 이을설, 김정일은 '공화국 원수')도 있지만 누구도 "장군"으로 불리는 사람은 없다.

현재 살아있는 인물로서 "장군"으로 불리는 사람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유일하다. 북한에서 "장군"은 김 위원장의 대명사이며 오직 그에게만 붙일 수 있는 경칭이다. 생전의 김일성 주석도 "장군"으로 불렸다.

북한에서 "장군"이라는 호칭은 단순한 군사적 용어가 아니며, 수령이나 그에 버금가는 인물에게만 쓰일 수 있는 정치적 용어다.

평양에서 발간된 최신판 "조선말대사전"(사회과학출판사, 1992)에는 "장군"에 대한 의미가 7가지로 풀이되어 있다. 첫 번째는 "백전백승의 강철의 령장이시며 위대한 군사전략가이신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를 무한한 존경과 흠모의 마음을 담아 전설적 영웅으로 높이 우러러 받들면서 위대한 수령님의 존함과 함께 쓰이는 존칭의 한 가지"로 되어 있다.

두 번째는 "큰 무력을 거느리고 지휘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로 을지문덕 장군, 이순신 장군 등이 용례로 올라 있다.

세 번째는 "일부 나라에서"라는 전제아래 "장령(장성)을 이르는 말"이라고 새기고 있다. 여기서 "일부 나라에서"라고 한 것은 북한에서는 쓰지 않는다는 뜻이며, 일상적으로는 첫 번째의 의미로 사용된다. "장군"이라는 호칭을 김 주석에게만 국한시킨 것은 사전(辭典)이 그가 사망하기 이전에 발간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에서 "장군"이라는 말이 처음부터 김 주석에게만 배타적으로 쓰인 것은 아니었다. 1962년 과학원출판사가 펴낸 "조선말사전"에는 "군대의 장령을 높이여 이르는 말"이라는 설명이 세 가지 뜻풀이 가운데 첫 번째로 올라 있다.

거기에 "백전백승의 강철의 령장"이라든가 "무한한 존경과 흠모" 따위의 정치성 짙은 설명은 없다. "장군"이라는 말이 오늘날과 같은 정치적 개념으로 자리잡은 것은 북한에서 수령제가 뿌리내리기 시작한 60년대 후반 이후임을 말해 준다.

북한은 김 국방위원장의 생모인 김정숙에 대해서도 예외적으로 "장군"이라는 호칭을 부여하고 있다. "백두의 여장군", "백두산 3대장군" 또는 "3대장군"(김일성·김정일·김정숙 통칭)이 그것이다.

/김광인기자 k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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