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각지에는 고(故)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그 일가족의 ’업적’을 기리는 사적물이 셀 수 없이 많다.

거의 모두 김 주석의 유일체제가 수립되면서 세워진 것이며 일부는 광복 이후 건립됐다.

그러나 평양 만경대구역 칠골에는 광복 전인 1939년 4월에 세워진 김 주석의 외조부인 강돈욱(1871-1943)을 기리는 기적비(紀蹟碑)가 있다. 칠골은 김 주석의 어머니 강반석의 고향이기도 하다.

2일 입수된 북한 ’사회과학 학보’ 2005년 1호에 따르면 이 기적비는 당시 칠골 주민들과 기독교 신자들이 교육자이자 교회 장로였던 강씨의 덕망과 업적을 길이 전하기 위해 자금을 모아 세운 비석이다.

총 높이가 250㎝인 기적비 앞면에는 ’묵계선생 강돈욱 기적비’라는 글이, 뒷면에는 강씨의 업적을 찬양하는 글이, 양 옆면에는 기적비를 만드는데 자금과 인력을 낸 유지 286명의 이름이 각각 새겨져 있다.

기적비의 비문은 “대동강 서쪽 룡약산 동쪽에 하나의 큰 가문이 있었는데 하리(칠골의 옛지명) 강씨 일가이다. 강씨 일가 중에는 한 명의 이름있는 재사가 있었으니 바로 묵계선생이다”로 시작된다.

비문은 강씨가 “어려서부터 한학을 연구헤 옛 사람들과 통하고 사물의 이치를 통달했으며 부모에게는 효성을 다하고 친구들에게는 신의가 있었으며 형과 우애심이 매우 두터웠으므로 당대의 본보기로 되는 인사라고 할 만하였다”라고 소개했다.

특히 강씨는 현대교육이 급선무라는 인식 아래 창덕학교 교사, 학감, 이사를 역임하면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지식을 가르치고 친부모의 심정으로 보살피면서도 잘못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또 강씨에게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농업.상업.종교.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명망있는 인사로 이름을 날렸다며 “그(강씨)가 사회발전에 기울인 노력과 인재양성에 바친 덕이 어찌 작은 것이라 하겠는가?”라고 적고 있다.

더욱이 비문은 강씨의 이 같은 업적이 당대에 널리 알려져 당시 동아일보사에서 감사를 표시하는 글과 은잔을 보냈다고 소개했다.

비문의 맨 마지막에는 조익준이라는 당대 명문장가가 글을 짓고 김근익이 글을 썼다고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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