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이 부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북정책 조정 감독그룹 회의(TCOG)를 연데 이어 비공식 대북정책회의를 가짐으로써 본격적인 대북 정책조율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3국은 기본적으로 한국의 대북 화해정책과 김대중 대통령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의 차이점이 해소되지 않아 앞으로 있을 미·북 대화가 남북대화로 자동적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또 미·북 대화가 순항할지도 미지수다.

미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검증」을 최우선시 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모든 분야의 대북협상은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진행하고, 과거의 포괄적 상호주의 형태의 「페리 프로세스」방식에서 탈피해 사안별 단계별로 대처하며, 제네바 기본합의 이행을 지지하지만 미래의 상황변화에 따른 개선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또 미사일 문제는 철저한 검증원칙에 따라 해결하고, 「불량행동」에 대해서는 보상을 하지 않으며, 제네바합의 당시 뒤로 미뤄둔 북한 과거핵 문제에 대해서도 조기사찰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첫 대화는 조건없이 하지만 각론으로의 발전여부는 북한 태도에 따라 결정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클린턴 행정부 때 합의한 내용에 관계없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난폭하게 나와도 그것을 달래기 위해 대화를 하고 「당근」을 주는 방식은 지양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런 원칙하에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권유한 한국측의 요구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으며, 한국정부가 회담성사를 위해 북한에 매달리는 자세를 자제해줄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대북정책 조정 감독그룹회의」에서 4자회담을 예로 들면서 『북측이 먼저 성의를 보이지 않는데도 한국정부가 이를 자꾸 거론해 북측이 회담에 나오는 것 차제를 「카드」로 삼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대북정책 추진과정에서 매단계마다 한국정부와 긴밀히 협의했다고 밝혔으나, 그러한 근본적인 대북인식과 접근방법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선공후득」을 골자로 하는 현정부의 대북정책은 기로에 처해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현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을 회담장으로 끌어내는데만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한·미 양국의 상이한 대북관을 계속 조율하고 공동의 대북전략을 찾아내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어느 때보다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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