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이 끝나면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될까.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우리측에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함께 있다. 우선은 두 정상의 만남으로 이해와 신뢰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한 편이다. 더구나 북한이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에 포함된 경제지원을 염두에 두고 정상회담에 응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측의 대북 경제지원이 보다 활성화되고, 우리측 상사주재원 등의 북한 방문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상회담의 여파로 현재 진행중인 미·북, 일·북 회담이 급진전될 수도 있다. 미국이 올해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빼지 않았지만, 내년에는 제외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외교·경제적으로 북한도 대외개방을 진전시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게 외교부 당국자들의 전망이다. 5월 예정이었다가 정상회담 이후로 연기된 리펑(이붕) 중국 전국인민대표자대회 상무위원장의 북한 방문은 북한의 중국식 개방 모델 채택을 앞당기게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비관론도 있다. 만약 이산가족 상봉 등 최소한의 성과라도 없을 경우 포용정책의 효용은 다시 한번 도마위에 오를지 모른다. 비료 20만t 지원과 60억원이나 지불하는 평양교예단 초청 등 상호성을 벗어난 것으로 평가된 대북(대북) 지원에 대한 비판이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셔먼 조정관까지 파견, 주문했던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거론’이 모양 좋게 매듭지어지지 않을 경우 한·미, 미·북 관계 모두 당분간 냉각될 소지마저 있다.

특히, 현정부 들어 한·미관계가 예전같지 않다. 정상회담 후 미국이 그동안 묻어뒀던 불만까지 한꺼번에 들춰낼 경우 예상하지 못했던 역풍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런 효과를 노리고 정상회담에 임했다는 우려도 한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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