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29일 “김 부회장이 대북 사업을 진행하면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거나 전횡을 한 부분들이 상당수 적발이 됐다”면서 “그룹 경영층에서는 대북 사업에 대한 도덕적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것을 우려해 김 부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내부 감사 보고서를 인용, “김 부회장은 금강산 부대시설인 온정각과 제2 온정각, 기타 숙박시설을 친지나 지인들에게 특혜 분양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공개했다.
이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금강산 옥류관 공사를 할 당시 지인(知人)들로부터 사업비 40억~50억원을 투자 받으면서 지분 20%를 받았다가 감사에서 적발돼 모두 반환했다”고 말했다.
미수에 그치기는 했지만 적발된 리베이트 규모는 각각 8억~20억원에 달했다는 게 감사보고서 지적이다. 김 부회장은 이 밖에 개성공단 복지회관 건립 등 다른 경협사업을 추진하면서도 각종 공사 등에서 특정 업체를 지원했다는 감사 지적을 받았다.
현대그룹은 김 부회장이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하고 회사 자금을 유용한 사실도 적발했다. 금강산 골프장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관련 업체로부터 떡값 명목의 자금을 받았고, 현대아산 내에 이른바 김윤규 라인으로 불리는 사조직을 만들기도 했다고 감사보고서는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또 자신의 장남이 간여한 G여행사에 금강산 관광객 모집 업무를 맡겼으며, 이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부인이나 아들이 관련된 집안 행사에 회사 돈 수천만원을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이 관계자는 확인했다.
김 부회장은 아울러 북한사업소에서 벌어들인 현대아산의 외화 10만~20만달러를 수시로 밀반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고 현대그룹 관계자는 밝혔다.
현대그룹은 김 부회장 개인 비리 문제가 언론을 통해 불거지자, 이 같은 내용의 감사 보고서를 정부 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김규철 남북포럼 대표는 “정부가 김 부회장에 대한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 않아 사태가 더 악화됐다”면서 “관련 증거가 수집되는 대로 김 부회장에 대해 국회 국정감사를 요청하거나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정식 고발이 접수되면 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윤규 부회장은 이 같은 현대아산 내부 감사보고서에 대해 어떠한 코멘트도 하지 않고 있으며, 29일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조형래기자 hrch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