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은 지난 7월 현대그룹 내부 감사에서 금강산 옥류관 공사에 따른 리베이트 수수와 남북 경협사업과 관련한 하도급 비리, 법인카드 남용, 특수 관계에 있는 특정 여행사 특혜 지원 등이 적발됐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29일 “김 부회장이 대북 사업을 진행하면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거나 전횡을 한 부분들이 상당수 적발이 됐다”면서 “그룹 경영층에서는 대북 사업에 대한 도덕적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것을 우려해 김 부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내부 감사 보고서를 인용, “김 부회장은 금강산 부대시설인 온정각과 제2 온정각, 기타 숙박시설을 친지나 지인들에게 특혜 분양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공개했다.

이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금강산 옥류관 공사를 할 당시 지인(知人)들로부터 사업비 40억~50억원을 투자 받으면서 지분 20%를 받았다가 감사에서 적발돼 모두 반환했다”고 말했다.

미수에 그치기는 했지만 적발된 리베이트 규모는 각각 8억~20억원에 달했다는 게 감사보고서 지적이다. 김 부회장은 이 밖에 개성공단 복지회관 건립 등 다른 경협사업을 추진하면서도 각종 공사 등에서 특정 업체를 지원했다는 감사 지적을 받았다.

현대그룹은 김 부회장이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하고 회사 자금을 유용한 사실도 적발했다. 금강산 골프장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관련 업체로부터 떡값 명목의 자금을 받았고, 현대아산 내에 이른바 김윤규 라인으로 불리는 사조직을 만들기도 했다고 감사보고서는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또 자신의 장남이 간여한 G여행사에 금강산 관광객 모집 업무를 맡겼으며, 이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부인이나 아들이 관련된 집안 행사에 회사 돈 수천만원을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이 관계자는 확인했다.

김 부회장은 아울러 북한사업소에서 벌어들인 현대아산의 외화 10만~20만달러를 수시로 밀반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고 현대그룹 관계자는 밝혔다.

현대그룹은 김 부회장 개인 비리 문제가 언론을 통해 불거지자, 이 같은 내용의 감사 보고서를 정부 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김규철 남북포럼 대표는 “정부가 김 부회장에 대한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 않아 사태가 더 악화됐다”면서 “관련 증거가 수집되는 대로 김 부회장에 대해 국회 국정감사를 요청하거나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정식 고발이 접수되면 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윤규 부회장은 이 같은 현대아산 내부 감사보고서에 대해 어떠한 코멘트도 하지 않고 있으며, 29일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조형래기자 hrc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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