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의 구성과 방향을 협의하고 있는 북한 작가들.

북한에서는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나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작가 지망생은 수없이 많지만 그들 가운데 실제로 작가가 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작가 지망생들이 작가가 되기 위해 거치는 가장 일반적이고 정통적인 길은 중앙에서 발간되는 각종 출판물에 글을 싣는 것이다. 중앙단위 출판물에 자기 글이 실려야 작가동맹의 인정을 받을 수 있고 그래야 작가동맹의 추천을 받아 3년제 전문작가 양성소인 김형직사범대학 작가양성반에 들어가 본격적인 작가수업을 쌓을 수 있다.

중앙에서 발간하는 출판물에는 작가동맹기관지인 "조선문학", 예술잡지 "조선예술", 종합 대중잡지 "천리마", 청소년 잡지인 "청년문학"과 "아동문학", 여성지인 "조선녀성" 등이 있다. 또 당기관지 "노동신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및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 청년동맹 기관지 "청년전위"의 3대 중앙지와, 형식상으로는 지방지이면서 사실상 중앙지나 다름없는 평양시 당위원회 기관지 "평양신문" 등이 있다. 이들 잡지나 신문에 시, 소설, 시나리오, 평론 등 자신이 쓴 글이 실리면 작가가 되기 위한 관문을 통과하는 셈이다.

그런데 중앙의 출판물에 글을 싣는다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각지 기관,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 군부대 등에서 근무하는 수많은 문학도들이 매년 수많은 작품을 해당 출판사에 보내오는데 출판물에 실리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출판사에 보내온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은 일단 국가심의위원회라는 전문가집단의 엄격한 심사를 받는다. 여기에서는 작품성(作品性)과 작가로서의 자질·재능·장래성 등을 기준으로 작품을 선별한다. 국가심의위원회 심사에 합격하면 모든 출판보도물에 적용되는 국가검열이 기다리고 있다. 국가검열에서는 주로 작품의 사상성을 검토해 등재여부를 결정한다.

국가심의위원회라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전문작가들로부터 개인지도를 받는다. 작가동맹에는 아마추어 작가들을 지도하고 신진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군중문학지도부"라는 부서를 두고 있다. 여기에는 5∼6명의 기성 작가가 배치돼 있어 작품을 들고 찾아오는 지망생들을 지도해준다.

개중에는 특정 작가를 사숙하거나 집적 찾아가 작품지도를 청하는 경우도 있다. 또 지방의 경우 도(직할시), 시(구역)·군 단위에 작가동맹 지부가 있어 현지에서 지방작가들로부터 작품지도를 받을 수 있다. 굳이 중앙의 특정 작가에게 지도 받고 싶으면 직접 찾아가거나, 인편이나 우편을 이용해 작품을 주고받으며 지도 받기도 한다.

정통 코스는 아니지만 김일성종합대학 문학대학 창작학부를 졸업하고 작가동맹의 추천을 받아 등단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창작학부를 졸업했다고 해서 모두 작가동맹의 추천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종 작품활동을 통해 재능을 인정받아야 가능하다.

문단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작가동맹이 해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기념해 실시하는 "군중문학" 현상공모에 응모해 입상하는 것이다. 작가동맹은 지난 4월 김 국방위원장의 60회생일(2002.2.16) 기념 "군중문학" 현상모집을 실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상작품은 시 소설 아동문학 과학환상소설(공상과학소설) 극문학 문학평론 등. 현상공모에서 입상하면 김 주석의 이른바 ‘보천보전투’(1937.6.4)를 기념해 제정한 "6·4문학상"을 수상하게 되고 김일성종합대학 문학대학 창작학부에 입학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진다.

이 밖에 인민학교(초등학교)나 고등중학교 재학시절 신문 "소년신문", "새날"과 "잡지", "청년생활", "대학생", "새세대" 등 청소년 교양물 전문출판사인 금성청년출판사가 간행하는 출판물에 3편 이상의 작품이 실리면 김일성종합대학 창작학부에 입학할 수 자격이 주어져 전문작가가 될 수 있는 유리한 입지에 서게 된다.

/김광인기자 k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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