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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칼럼 경제 살리는 정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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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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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내에서는 한국 경제에 대한 여러 걱정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경제장관들이 경기수준이 ‘견조세(견조세)’라고 어렵게 설득하고 있지만, 주식시장의 몰락으로 자산 가치의 감소를 피부로 맛보고 있는 국민들이 이를 믿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월 스트리트나 워싱턴에서는 한국 경제를 그렇게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그저 구조조정을 게을리 하면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경고성 보고서가 가끔 나오는 수준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판단이 때로는 안이한 것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번 외환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IMF는 아시아 경제위기의 확산을 거의 알지 못했으며, 심지어 외환위기 한달 전 IMF의 한국담당 간부는 한국은 별 문제 없다고 기자회견까지 했었다.

그 후 이 간부는 좌천됐지만, IMF 내 누구도 한국 경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 이 때문에 캉드쉬 IMF 전 총재는 한국 경제의 실상을 알려고 경제협력기구(OECD) 측에 급하게 전화를 걸어 특별지원을 부탁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었다.

이는 경제에 대한 진단과 분석을 외부 견해에만 의존하는 것이 얼마만큼 위험한 일인가를 방증하는 일화다.

국내에서는 주가 폭락이나 원유값·환율 상승, 국제수지 흑자의 격감 등이 마치 경기 하강의 주범처럼 되어있지만, 사실은 한국 경제의 주변상황이 현재 전형적인 위기구조의 한가운데로 진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형적인 위기구조란 다름 아니라 한국 경제를 둘러싼 3가지 ‘태풍’이 동시에 불어닥친 것을 말한다.

우선 장기호황을 맛보던 미국 경제가 서서히 변조(변조)하면서 경기 감속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금리가 오르고, 특히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유로화는 지나치게 하락,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경제는 서서히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국제경제 흐름이 지난 2~3년과는 다른 양상으로 바뀌는 판이다. 한국은 이런 국제적인 태풍의 진로에서 벗어나 안전지대에 있기는커녕, 오히려 직접적인 영향권 내에 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또 다른 태풍은 북풍(북풍)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장기적으로는 국내 기업들에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하면서 좋은 경제활력소가 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연약한 경제에 불안감과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과연 북한의 가난을 한국이 감당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경제계에 짙게 깔리면서 심리적인 위축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마디로 남북정상회담이 가져 올 긍정적인 ‘평화의 배당금’보다는, 국내 기업과 소비자들이 부담할 수밖에 없을 ‘평화의 세금’을 겁내고 있다.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3번째 커다란 짐은 총선 후 국내 정치판이다.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가 형성되긴 했으나 거대 야당의 등장으로 정치권은 불안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무엇보다도 현 정권은 경제정책을 이끌고 갈 힘을 잃었고, 경기 하강 사이클을 돌파할 정책 아이디어도 빈곤하다.

선거 후 경제팀이 고강도 비난을 받는 현상이나, 투자신탁회사의 구조조정 등 일부 정책 결정에 의외로 비판이 쏟아진 현상이 이를 반영한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는 위기구조에서 벗어날 길은 없는 것인가. 한국은 결코 국제 환율이나 금리의 흐름을 변화시킬 수 없으며, 강대국들 사이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한국 경제에만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이 때문에 경제불안 요인을 6월 말까지 제거하겠다는 것은 의욕으로 끝나고 말 수도 있다.

다만 경제위기 가능성을 앞에 두고 국내 정치권이 단합, 공동 대응할 수는 있을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과거의 야당과 다른 야당이고 싶다면 힘없는 여당에 경제를 맡겨놓은 채 무작정 반대 또는 공격, 비판만 해댈 일은 아니다.

한나라당은 인터넷 붐과 벤처 붐을 살리고 경제활력을 되찾을 청사진을 제시하는 진지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위기 앞에서 거대 야당이 마치 여당인 것처럼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들은 다소 위안을 찾을 것이다.

/워싱턴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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