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수교 방침은 현 상황에서는 북한 정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지적했다.

르몽드는 24일자에서 유럽의 대북 접근 움직임은 표면적으로는 미국과 한국이 추구하고 있는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북한 정권에 행동의 여지를 넓혀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북한이 현재 EU라는 새로운 대화 상대가 나타난 것을 환영하고 있으며 언젠가 EU를 상대로 `로비'를 벌일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 희망을 서둘러 발표한 것도 이같은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에 대한 EU의 수교 결정은 미국이 세계의 `보안관'으로 군림하려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미국이 독점했던 `사냥터'에 EU가 들어가려는 `전략적' 계산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고 신문은 관측했다.

즉 북한과의 대화를 시작하면서 유럽은 북한이 나타내는 `위협'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미국의 미사일방어 계획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유럽의 대북 수교 방침은 이같은 저의 없이 EU 의장국인 스웨덴의 `주도'에 단순히 끌려가는 것일 수도 있다고 신문은 말했다.

신문은 EU가 북한의 경수로 계획에 7천500만유로를 제공하며 식량지원으로 2억유로를 지원한 사실을 상기시키고 EU는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역학관계및 한국에 3만7천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있는 미국을 의식, 북한에 특별한 압력을 가하고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EU회원국내 `의견 불일치'도 북한으로서는 `장점'으로 받아들여지고있다고 신문은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담(ASEM) 이후 영국을 선두로 독일을 위시한 유럽 국가들이 `공동 외교정책'을 포기하고 서둘러 북한에 접근했다고 신문은 말했다.

프랑스와 아일랜드만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있는데 프랑스는 지난 1년간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이나 핵무기및 미사일 비확산 문제등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고 보고있다.

르몽드는 '지구에서 가장 전체주의적인 국가'인 북한에 대한 EU의 수교 결정은 미국, 유럽, 일본등 `서방'의 정책에 일관성이 있는지 의문을 갖게한다고 말했다.

또한 관계 수립 과정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여전히 기아에 시달리고 압제의 희생이 되고있는 2천200만 북한 주민의 참상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다고 비난했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