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금강산 육로관광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실제로 남측에 전달했을까.

북한의 ‘선(先) 금강산 관광 정상화, 후(後) 육로관광 허용 통보’( 본지 23일자 1면 보도 )와 관련, 정부내에서 말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22일 “현대가 미지급한 관광 대가를 먼저 내면 금강산 육로관광 등에 대해 당국자간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뜻을 북측이 전해왔다”고 밝혔지만, 통일부와 현대아산측은 “그런 통보가 온 적이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현대측이 금강산 관광대가 협상을 위해 북한에 들어가는 날인데, 도대체 누가 그런 통보를 받았다는 말이냐”며 진상 파악에 나섰다. 현대아산측도 “육로관광 허용은 긍정적이지만, 관광대가 선지급 요구는 결코 유리하지 않다”며 사실 확인에 분주했다.

통일부의 한 고위당국자도는 23일 “금강산 관광과 관련, 북측에서 새로운 입장을 통보받거나 진전된 것이 없다”면서 “김윤규현대아산 사장의 방북 결과를 한번 지켜보자”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북측이 당국간 채널이 아닌, 민간이나 비선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슬쩍 흘린 다음 남측의 반응을 떠보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또 남한 정부가 금강산 관광 정상화에 직접 나서도록 유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북한은 17일에 이어 22일에도 평양방송을 통해 “미국의 고위 당국자들이, 금강산 관광 대가로 지불하는 현금을 우리가 군사비로 전용하고 있다고 악랄하게 걸고 들었다”며 “금강산 관광이 중단될 경우, 모든 책임은 미국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같은 비난에 대해 고려대 유호열 교수는 “미국에 대한 복합적 불만을 금강산 관광에까지 증폭시키면서 동시에 우리 정부가 미국의 ‘군사비 전용’ 주장 때문에 현대측을 적극 지원하지 못하는데 대한 불만 표출도 겸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정호기자 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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