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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 북경에서 본 북한 IT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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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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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리포터 이충도입니다. 웹기획자로 살아가기 이후 첫번째 리포트인것 같습니다. 핑계는 생략하고 앞으로는 자주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작년에 중국 베이징에서 개인적으로는 큰 사건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베이징에서 열린 전자상거래 전시회

작년 8월이었습니다. 베이징에 있는 전람중심에서 열린 2000년 국제 전자상거래 및 네트워크 박람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몇 안되는 한국기업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와 전시회 마케팅전략을 가지고 박람회에 참여했습니다.

전시회를 하면 당연한 것 처럼 따라붙는 사은품 마케팅에서 저희도 예외는 아니었고 유난히 사은품에 약한 중국인들에 치여 정신없이 전시회를 뛰어다니다가 평양에서 일부러 전시회를 관람하기 하기 위해 찾아온 북한 IT 종사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특별한 약속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우연히 저희 부스 한켠에 마련된 한글 윈도를 보고 자연스럽게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때는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어느 때보다 북한과 더 가까운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평양정보센터 김실장이라고 자신을 밝힌 그 사람은 김일성 뱃지가 선명한 자켓에서 우리가 보통 명함으로 쓰는 두껍거나 잘 찢어지지 않는 종이가 아닌 얇고 구깃한 명함을 꺼냈습니다.

김실장의 첫번째 말은 "남쪽 기술원이십니까?" 였습니다. 저는 엔지니어는 아니고 기획자라고 대답했습니다. 김실장은 "그게 그거아닙니까?" 하면서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잠시후에 김실장은 같이온 사람들이라면서 평양정보센터 직원들을 하나하나 소개했습니다. 대여섯명의 북한 사람들, 게다가 아직도 조금은 남아있는 어떤 이미지로 인해 약간 주눅이 들고 있는 저에게 북한 IT 인력들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에서 웹사이트는 하드웨어의 애물단지

첫번째 질문은 저희 회사에서 출품한 전자상거래 사이트는 어떤 서버 기반으로 만들어졌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유닉스 서버기반이 일반적이라는 말과 함께 NT 기반에 대한 약간의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습니다. 동시접속자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B2C 쇼핑몰이라면 NT 기반에 ASP 가 남한에서는 일반적이라는 말을 하자 상당히 놀랍다는 반응이었고 신용카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인지 개인정보 보안에 관련한 SSL 128 비트에 대한 알고리즘 보안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물론 제가 그들의 표현대로 "기술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세한 구조와 운영방법에 대한 설명은 못했지만, 전자상거래를 위한 웹사이트 제작에 관련한 대화에서는 특히 관심을 보였습니다. 다만 평양정보센터 직원들은 소프트웨어적인 접근보다는 하드웨어, 인프라쪽으로 접근을 했습니다. 한국의 IDC 상황, 회선속도등도 그들에게는 큰 관심꺼리였나 봅니다.

8M,10M짜리 고속인터넷망이 아파트마다 깔려 있다는 얘기에 못믿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좀더 제 분야로 대화를 이끌기 위해서 북한에는 웹사이트가 몇개나 되냐고 물어봤습니다. 평양정보센터의 김실장은 한마디로 "그거 만들어서 돈 되겠습니까, 중요하게 생각안합니다" 였습니다. 북한에서는 웹사이트를 단순한 정보전달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외부에서 들어오고 외부로 나가는 모든 정보를 통제하는 곳에서 사실 웹사이트는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하드웨어의 애물단지에 불과한 것 같았습니다. 명함을 만지작 거리는 저에게 김실장은 농담조로 자기한테 연락하려거든 명함에 찍힌 이메일을 쓰지 말고 텔렉스를 쓰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메일은 오도가도 않고 내부용으로 쓰는 것이라고 설명도 함께 했습니다.

이메일의 용도가 내부용이니 상업용 웹사이트는 아직 상상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웹사이트로 가지고 있는 부가가치에 대한 문제는 정보공유, 거리의 한계를 벗어난 인터넷 철학이 아직 서지 않은 북한 IT 인력에게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의 분위기를 한번 타보겠다는 생각과 좀더 북한의 IT 에 대해서 알고 싶었던 저는 김실장에게 저녁식사 제의를 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말을 받고 물러설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어색하게 헤어질줄 알았지만 김실장은 전시회가 열렸던 4일동안 꼼꼼히 전시회 구석구석을 다녔고 매일 저희 회사 부스를 지나칠 때마다 찾아와 인사를 했습니다.

◆다시 만난 평양정보센터 김실장

지난 주말이었습니다. ‘하드웨어의 애물단지’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거의 끝나고 오랜만에 집에 돌아 갈 수 있었습니다. 모방송국에서 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던중 여기자가 평양을 방문한 내용이 방영되고 있었고 그 여기자는 평양의 IT 실태를 취재할 목적이었는지 평양정보센타를 방문했습니다. 저는 거기서 작은 15인치 모니터 앞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김실장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진지한 눈빛과 가는 미소가 선명했습니다. 아마도 김실장은 그 자리에서 지금도 하드웨어의 애물단지를 만들기 보다 강력한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하드웨어 개발에 힘쓰고 있을 겁니다. 저는 언젠가 김실장이 만든 강력한 하드웨어 안에서 수많은 정보를 쉽게 보여주고 이동하고 부가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웹사이트라는 장치를 만들어 업로드할 날이 올거라고 생각했습니다.

/IT클럽 리포터 이충도 iamdant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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