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3일 신년사에서 밝힌 ‘남북경제공동체 구성을 위한 남북 국책기관간 공동협의’제안에 대해 북한은 9일자 노동신문을 통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원래 김 대통령의 제안은 당국간 대화를 꺼려온 북한 당국의 입장을 충분히 감안한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북한은 일주일도 안돼 ‘새로운 것이 아니다’‘민족 앞에서 무책임한 행위’라는 말로 제안을 일축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10일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을 북한의 공식적인 반응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평가했다. 통일부는 또 노동신문 논평에 대한 보도자료까지 배포, ‘국책연구소간 협의제안을 거부한 것이라기보다는 검토할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보이며, 우리측 구상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의 이런 태도는 한마디로 ‘꿈보다 해몽(해몽)’이라는 게 많은 사람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노동신문 논평이 북한의 공식반응이 아니라는 통일부의 주장은 한마디로 무책임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노동신문은 ‘조선노동당의 기관지’라는 의미 그대로 북한 당국의 입장을 100% 대변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매년 우리 정부의 신년사에 대해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입장을 밝혀왔고, 남한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할 때나 미국과 일본의 대북정책을 거론할 때 특히 그렇게 해온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통일부가 북한의 태도를 애써 좋은 쪽으로만 해석하려는 것은 왜일까? 김 대통령이 직접 내놓은 대북 제의를 살려 나가려는 충정은 이해못 할 바 아니지만, 눈 앞에 벌어진 사실에 대해 눈을 가린다고 그 사실이 없어진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북한의 입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오도된 자료와 해석을 제공해서 제대로 된 대북정책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정권현 정치부기자 kh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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