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George W. Bush) 미국 대통령이 오는 25일 해군사관학교 연설을 통해 새 국방전략에 대한 구상을 밝힐 예정인 가운데, 그동안 국방전략 재검토 작업을 주도해온 도널드 럼즈펠드(Donald Rumsfeld) 국방장관에 대한 반발이 미군 내부와 의회에서 거세지고 있다.

이같은 반발과 비판론은 럼즈펠드가 추진하는 국방개혁이 육군과 재래식 무기 분야의 축소, 인사제도 개편 등을 포함하고 있어 불가피한 것으로 예견돼왔으나, 최근 새 국방전략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면서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0일 전직 국방부 고위관리들과 군 최고 수뇌부들 중 일부가 국방개혁안에 대해 비난을 퍼붓는등 럼스펠드안이 진통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7일 ‘탱크’로 불리는 합참회의에서 한 참석자는 육군의 대규모 감축안을 포함한 재래식 무기에 대한 럼즈펠드 그룹의 연구결과를 비판했다. 그는 헨리 쉘톤(Henry Shelton) 합참의장에게 “럼즈펠드가 추진하려는 전략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는 황에서 그같은 연구결과는 의미가 없다”며 “육군 장교들이 (럼즈펠드에 대한) 비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든 설리번(Gordon Sullivan) 전 육군참모총장은 19일 럼즈펠드가 추진하려는 미사일 방어체제를 프랑스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구축했던 마지노선처럼 비용은 많이 들지만 쓸모없는 것으로 비유했다. 그가 최근 럼즈펠드 장관에게 보낸 이메일은 비판적 내용을 담고 있으며, 국방부 내에서 광범위하게 회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장성들은 평생을 바친 조직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대한 검토 과정에 자신들이 배제된 데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이런 점에서 럼즈펠드 장관은 내부 직원을 적극 포용하는 콜린 파월(Colin Powell) 국무장관과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고 포스트는 전했다.

포스트는 인터뷰에 응한 현직 장성들은 모두 익명을 요구했다고 밝히고 한 함대 사령관의 말을 인용, 럼즈펠드 장관이 4개월 전에 보좌관으로 임명한 해군 준장을 이달 초 해군중장으로 교체한 것도 동요하고 있는 군 수뇌부를 휘어 잡으려는 시도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회동을 갖고 럼스펠드가 추진하는 미사일 방어망의 기술적, 재정적 문제점을 집중 공략한다는 의회 전략을 세웠다. 민주당 탐 대슐(Tom Daschle) 상원 원내총무는 “우주에 무기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부시 행정부의 정책 중 가장 기가 막히는 내용”이라며 “민주당은 그처럼 어리석은 짓에 대해 합심해서 반대할 것”고 말했다.

할런 울먼(Harlan Ullman)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연구원은 “럼즈펠드 장관과 의회 사이에 정말 큰 충돌이 빚어질 수도 있다”며 “한쪽에는 빙산이 있고 다른 쪽에는 타이태닉호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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