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에 제출한 北 연례 안보 보고서

북한은 지난 1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고위관리회의에 제출한 ‘안보 보고서’에서 미국 부시 행정부의 강경한 자세 때문에 미·북, 남·북 관계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서울의 정통한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이 보고서에서 미국의 강경한 입장이 동북아 화해 및 대화 분위기를 저해하고 있다며 ‘미국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북한측 대표인 리용호 참사는 ARF 회의 서두에 이같은 입장을 피력했으며, 미국측 대표인 제임스 켈리(James Kelly) 미 국무부 차관보가 즉각 발언권을 얻어 이를 반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북아 다자협의체’ 구성과 관련, 북한의 안보 보고서는 “미국, 일본과의 관계가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추진할 수 없다”며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고서는 또 작년 6월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의 정세 변화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결단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이 보고서가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리용호 북한 대표는 한국 대표단을 만나서는 “남북관계가 잘 되지 않고 있는 것은 남한 정부의 입장이 변했기 때문”이라며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3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해 ‘포괄적 상호주의’를 적용하겠다고 말한 것은 ‘상호주의’에 무게를 둔 것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미국과 일본도 참석한 이번 회의에서 북한의 입장이 예상보다 강경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오는 25일부터 하와이에서 개최되는 한·미·일 3자 대북정책 조정그룹(TCOG)회의가 난항을 겪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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