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한미군(주한미군)을 보는 우리 내부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해묵은 현안인 한미행정협정(SOFA)의 개정 요구, 매향리 사건 등으로 격해지고 있는 감정의 수위는, 정부가 나서서 우려를 표시해야 할 정도에 이르렀다. 더욱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주한미군의 존재 필요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등 이른바 ‘안보적 해이(해이)’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박건우(박건우) 전(전) 주미(주미)대사와 한국국방연구원 황동준(황동준) 박사의 긴급 대담을 통해 최근 불거진 주한미군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 봤다. /편집자

▲박=최근 발생한 주한미군과 관계된 몇 가지 사건들은, 개별적인 일들로 봐야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양국 정부의 노력으로 매듭지어져야지, 주한미군의 존재에 대한 도전으로까지 발전시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우선 양국 정부의 최대한의 노력을 기대해 봅니다. 특히 미국 정부와 미군 당국은 정말 겸허하고 솔직한 자세로 임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이 자랑스럽게 간직해 온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전통을 한국에서도 실현하겠다는 자세로 문제 해결에 임하면 풀릴 수 있는 사안입니다.

▲황=동감입니다. 매향리나 SOFA개정 요구 등은 대개 개별적인 사건들로 발생한 것들입니다. 중요한 것은 시기적으로 의미가 있지 않은가 하는 점입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불과 한달도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내 일부 단체들이 이런 일들을 주한미군 철수나 반미(반미) 등으로 연계하는 것은 걱정스러운 현상입니다. 주한미군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역할 등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정부와 언론, 사회 지도층이 모두 노력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사실 우리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가장 상징적이고 직접적인 의지의 표현이 주한미군입니다. 주한미군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대북 억제력의 성공이 보장돼 왔습니다. 또 남북 대치 상황에서 엄청난 부담이 됐을지 모르는 우리의 안보 비용이 절감됐고, 그런 점에서 주한미군은 한국 경제 번영의 한 요인이기도 합니다. 또 미군의 한반도 주둔은 주변국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만드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미군의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 절실합니다.

▲박=주한미군의 역할을 대북 억지력이라는 시각에서만 보면, 남북 정상회담이 임박하면서 국민들의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해이해지는 현상을 낳을 수 있습니다. 현재 주한미군의 역할은 대북 억지력이라는 남북관계 측면은 물론,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존재입니다. 지정학적으로 강대국들 사이에 놓인 우리는 과거 역사에서 숱하게 뼈아픈 경험을 했습니다. 중국의 모든 왕조가 한반도를 그들의 영향력 아래 두려고 했고, 근대에 들어서면서 일본·러시아도 마찬가지 태도를 보였습니다. 아픈 역사가 되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주변 강대국의 힘을 힘으로 맞서려고 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방법인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합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동북아 안보 환경에서의 ‘균형자(balancer)’로서의 주한미군의 역할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됩니다.

또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가 논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곧바로 우리의 안보 환경으로 혼돈해서는 곤란합니다. 남북정상회담은 화해와 협력을 향한 과정의 시작이지, 그 목표가 달성된 것은 결코 아닙니다.

▲황=남북정상회담이나 포용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군사문제는 일반적인 남북관계에서 별개로 취급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군사문제는 북한의 1%의 오판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대처하겠다는 태도로 나아가야 합니다.

한·미 연합전력은 대북 억지력의 핵심입니다. 한국에 주둔하는 미 2사단은 최첨단 무기와 정보 획득 장치를 구비한 실험사단입니다. 주한미군 공군력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군이 철수하고 우리 독자적인 힘으로 방위력을 구축하자고들 이야기하는데, 저희 연구소에서 지난 92년 미군이 빠진 상태에서 예상되는 우리의 추가적 군사비를 따져보니까 30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30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나왔어요. 우리 연간 군사비가 100억달러에서 110억달러 정도입니다.

▲박=한·미 양국 정부나 국민이, 주한미군 문제를 놓고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입니다. 사실 주한미군과 관련해서는 훈훈한 이야기도 많습니다. 최근 몇가지 부정적 뉴스들로 이런 측면이 파묻히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 대사 시절, 지방을 돌아다니며 연설할 때 각지에서 “우리 아들이 동두천에 근무하고 있다”는 말을 하는 미국 노부부들을 만나곤 했습니다. 사실 한국사람들도 꺼리는 전방 근무를 하고 있는 젊은 미군들과, 그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미국인 부모들을 대할 때면 숙연해지곤 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고마움의 표시엔 인색했어요. 또 한국전쟁 이후 이곳에서 근무했던 셀 수 없는 미군들은 이제 어떻게 보면 미국 내에서 가장 열성적인 ‘한국의 친구’들로 곳곳에서 활약 중입니다. 한·미 경제 관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황=SOFA는 미군이 주둔하는 나라에 따라 각각 그 내용이 다릅니다. 처한 상황과 여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대표적 미군 주둔국인 독일·일본과는 좀 다른 상황인 것이, 우리는 법적으로만 따질 때 아직도 전쟁이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이 미군에 대해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그 다음이 일본, 그리고 한국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한미군의 주둔 형태를 둘러싼 문제들은 군사적 측면뿐 아니라, 환경과 소음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습니다.

지난 수십년간 한국 사회가 변해온 만큼 SOFA의 내용도 거기에 맞춰 개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단지 형사관할권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환경과 소음 문제 등 여러가지가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우선 미국 정부가 더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야 합니다.

▲박=SOFA 문제는 96년 윌리엄 페리 미 국방장관이 방한했을 때, 우리 외무장관과 개정키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거대한 사단 이상의 병력이 주둔하는 상황에서, 또 외국군 주둔은 국제법적으로 대단히 복잡한 상황입니다. SOFA 개정의 기본 정신은 미군 주둔의 형태를 시대에 맞게 개정한다는 데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60년대 우리가 어려웠던 시절에 맺어진 SOFA를 지금의 변화에 맞춰야 합니다. 미국 측에 주문한다면, 너무 기득권에 얽매이지 말고, 진지한 자세로 협상에 응하라는 것입니다.

/정리=박두식기자 dspark@chosun.com

/사진=정양균기자 yk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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