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동물원에 가면 산수 계산을 하는 애완견을 볼 수 있다.

개를 키우지 않은 남한 동물원과 달리 평양시 대성산 기슭에 위치한 중앙동물원엔 15종에 이르는 수십여 마리의 애완견이 산수 계산 뿐만 아니라 뜀줄운동(줄넘기) 등 각종 묘기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산수 계산 묘기의 경우 사육사가 흑판에 ‘2+4= ’를 써놓고 흑판 앞에 ① ③ ② ⑥ ⑨ 다섯 숫자를 놓으면 애완견이 그 중 ⑥을 물고 사육사에게 가져다 주는 식이다. 또 사육사로부터 커다란 주판알로 이 문제를 풀라는 지시를 받은 다른 애완견은 입으로 여러 주판알 중 6개를 모아 이 곳을 찾은 어린이들로부터 감탄과 웃음을 자아 낸다.

평양 어린이들이 중앙동물원을 찾는 것은 단지 애완견들의 이 같은 재주넘기 때문만이 아니다. 북한 당국이 ‘혁명의 수도’인 평양의 위생 관리 차원에서 시민들의 개 기르기를 가급적 막고 있어 평소 집과 거리에서 개를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중앙동물원에 가야 겨우 애완견 등 개를 볼 수 있는 것이다.

평양에 개 보기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평양 시민들에게 아직 애완견의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집안에서 개를 사람 다루듯 키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외화상점에 애완용 개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주로 돈 많은 재일교포 출신들이 사 간다고 한다. 이 같은 변화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89년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앞두고 “우리 여성들이 목걸이, 귀고리 하는 것과, 애완용 개를 키우는 것을 막지 말아야 한다”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교관 기자 haed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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