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사진사는 최고 인기 직종에 속한다. 국영 사진관은 군이나 구역(대도시의 구ㆍ구)에 하나씩 정도 있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국가로부터 자재 공급이 중단되다 시피했다. 이 때문에 개인이 모든 것을 자체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사실상 개인 영업처럼 돼 버렸다.

사진기나 필름 인화지 등은 러시아산이 대부분이다. 컬러사진은 워낙 비싸고 외화가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 흑백 사진을 찍는다. 도시에서는 동네마다 대개 사진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진을 잘 찍는다고 소문이 나면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러나 암시장에서도 인화지 등을 제대로 구할 수 없어 사진을 찍어 놓고 한 두 달씩은 기다려야 찾을 수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흑백 사진 값은 보통 1장에 3~5원 정도(장마당에서 계란 2개 정도 값)다.

결혼식 날 사진사는 칙사대접이다.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 는 말은 북한 주민들에게도 널리 퍼져있다. 평양이나 대도시의 역전이나 경치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사진사들이 있다. 지방에서 평양에 온 사람들은 가지고 온 돈을 사진 찍는데 다 쓸 정도다. 대도시에는 상대적으로 사진사도 많고 사진 값도 다소 싼 편이지만 외진 지방으로 갈수록 사진 찍기는 어려워진다.

졸업시즌이 오면 사진사들은 더욱 바빠진다. 남한처럼 졸업앨범을 만들지는 않지만 학급별로 사진사를 초대해 기념 사진을 찍는다. 사진 값은 학생들 각자가 모아 지불한다. 소중한 추억이 담겨있는 사진첩은 집집마다 없는 집이 없다. 친구의 집에 놀러 가면 우선 사진첩부터 내놓고 구경하게 한다./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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