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진전과 대북 포용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감상적인 통일논의가 자제돼야 하며, 독일 통일의 교훈을 충분히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독일 평화 군축분야의 권위자에 의해 17일 제기됐다.

한스 기스만 함부르크대학 교수는 인하대 국제관계연구소와 독일 프리드리히 에베르트재단이 이날 오후 인하대 중강당에서 공동 개최한 `대북포용정책의 성과와 전망 : 서독의 동방정책과의 비교'라는 제하의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기스만 교수는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지만 '향후 남북대화에서 통일이라는 의제가 삭제되지 않는한 한반도에서 진정한 평화공존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이같은 맥락에서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통일방안이 논의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 공동선언에서 국가연합과 `낮은단계의 연방제'안을 언급함으로써 남한에서는 적화 통일의 우려가, 북한에서는 체제 붕괴의 공포가 증폭됐다'며 '이질적 두 체제간에 우선 국가연합을 수립한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잘라말했다.

기스만 교수는 따라서 '남한이라도 통일을 전제로한 대북정책을 중단할때만 신뢰구축이 실질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면서 '아이러니컬하게도 동서독은 서로 통일을 제도적으로 부정함으로써 60년대 이후 약 30년에 걸친 평화공존의 성취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남북한은 통일강박증에서 벗어나 독립된 국가 대 국가관계의 정상화를 우선 제도화해야 한다'며 '그런 다음 북한체제의 점진적 개혁에 기초한 국가연합 달성 수순으로 향후 진로를 수정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 세미나에 참가한 남창희(南昌熙) 인하대 교수는 '이산가족 상봉 감격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열망때문에 독일식의 냉정한 현실인식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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