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15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사절단장과 회담을 마친 뒤 국무부 건물을 떠나고 있다.

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Condoleezza Rice)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14일 발언은 콜린 파월(Colin Powell) 국무장관이 CNN 인터뷰에서 같은 날 밝힌 ‘미국의 원칙 관철을 전제로 한 대북 대화 방침’을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녀는 이날 미국의 대북 대화 원칙과 관련,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불신 강력하고 적절한 검증조치 마련 글자 그대로의 상호주의 강조 북한의 불량 행동에 대한 보상 불가 등 4가지를 제시했다.

그녀의 이날 발언은 비공개로 진행된 보수주의 정당 모임인 ‘국제민주연합(IDU)’ 정책 설명회에서 한나라당 박원홍 의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진 탓인지, 외교적인 수사를 생략한 채 부시 행정부의 속내를 적나라하고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그녀의 발언은 부시 행정부가 대북 정책 재검토가 마무리 단계에 돌입함에 따라 북한과의 대화는 재개하되 북한에 대한 회의주의, 상호주의와 검증 강조라는 출범 초기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녀는 특히 “김 위원장은 신뢰할 수 없다”고 두 차례 강조한 뒤, “김 위원장은 국제 공동체에 동참하려는 것이 아니라 체제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 매우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상호주의는 상호주의를 의미한다”고 했고, “북한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적절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관해 우리 자신을 속여서는 안 된다”고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녀가 이날 가장 강조한 대목 중의 하나는 “북한의 불량한 행동에 대해서는 보상이 있을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이다. 그녀는 “부시 행정부 출범 초기 김 위원장이 미사일 시험발사 재개를 언급했으나, 미국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자 김 위원장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2003년까지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지금까지 대북 강경론의 효용성을 주장했다. 그녀는 또 북한이 지난 수 년 동안 위협을 통해 반대급부를 얻어낼 수 있도록 해준 당사국들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면서,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그 같은 행동을 다른 방식으로 바꿔야만 한다고 말했다”고 밝혀 클린턴 전 행정부와는 다른 방식으로 대북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녀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유효할 것이라는 근거에 관해 “김 위원장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체제를 구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몇몇 현안들의 해결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이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결국 급한 것은 북한이기 때문에 미국이 제시하는 원칙을 북한이 따라 오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는 식의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고 있는 셈이다. 그녀는 다만, “부시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남북대화와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14일부터 이틀간 열린 국제민주연합 정책 설명회에는 20여개국 정치인 60여명이 참석했으며

박 의원은 라이스 보좌관에게 “당신은 북한을 신뢰할 수 있느냐. 남북대화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느냐”고 질문했다.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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