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최수헌(崔守憲) 외무성 부상(차관)은 15일 유엔아동보호기금(UNICEF)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홍수와 가뭄 등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지난 95년부터 98년까지 22만명이 기아로 사망하고 평균수명도 93년 73.2세에서 99년 66.8세로 줄었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이 보고서는 이 기간에 5세 이하 어린이의 사망률이 1000명당 27명에서 48명으로 늘었고 인구는 154만1000명이 늘어난 2257만5000명으로 집계됐다고 공개했다.

보고서는 또 1인당 국민소득(GNP)은 991달러에서 457달러로 절반 가량 줄었고 안전한 식수 제공률도 95년 86%에서 97년에는 53%로 줄었다고 소상히 설명했다.

북한의 이같은 각종 통계 공개는 북측이 그동안 국제기구 혹은 주변 관련국들에 정확한 내부 정보가 새나가는 것을 꺼린 나머지 공식적인 수치를 발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 통계 공개로 서방 세계는 지난 90년 중반 북한이 겪었던 심각한 경제난과 주민들의 어려운 생활상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지난 97년 망명한 황장엽(黃長燁)씨는 북한 노동당의 내부자료를 거론하며 95년부터 96년까지 식량난으로 북한 주민 150만명 이상이 굶어죽었다고 진술한 적이 있고 99년 평양에 상주하는 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비드 모튼 대표는 95년 이후 북한내 아사자가 100만명 내외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 두 사람의 주장이 어느 정도 정확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만약 맞다면 북측이 이번에 UNICEF에 보고한 통계 수치의 신뢰도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아니면 위 두사람의 주장이 과장된 수치로 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북한 인구의 경우 통일부는 99년말 현재 2200만명 정도에 이른다고 추정했고 국민총소득도 89년 240억 달러에서 99년 130억달러로 10년간 절반가량 줄어들었다고 밝혀 국내 관련기관의 추정치가 대부분 사실에 근접해 있음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북한은 이 시기에 갑자기 왜 이같은 내부 통계를 공개했을까.우선 추정할 수 있는 공개 배경의 이유로는 북측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내부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국제사회 설득용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즉 국제 금융기구를 비롯한 국제기구에 지원을 노리면서 지금까지 한번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인구 등을 포함한 일부 통계자료를 제시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다.

국제기구는 그동안 북한에 지원을 하면서도 북측이 소상한 내부 통계를 내놓지 않는데 대해 불만을 표시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제기구는 정확한 통계자료를 근거하여 대북지원을 하고자 했으나 북한 당국은 자체 실상의 공개를 꺼려해 통계자료 제출을 기피해 왔다.

한 북한 전문가는 이와관련, '북한의 이런 통계 공개는 북한의 실상을 이해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고 '그러나 북한이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구등으로부터 계획적인 지원을 얻기 위해서는 더 세밀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통계가 공개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표] 95년 이후 북한 변화지표
기준 (연   도) 비고
아사자 (95년 →    98년) 22만명
평균수명 (93년 →   99년)
73.2세  → 66.8세 
6.4세 감소
총인구 21,034,000 →22,575,000 1,541,000 증가     
5세미만 아동사망률 27 →    48 21 증가
(1000명 기준)
1인당 GNP 991$   →   457$ 534$ 감소
95년 홍수피해   150억$
안전식수 접근율 (94년 →  96년)
86%   →    53%
33% 감소
예방접종률 (90년 → 97년)
90%   →    50%
40% 감소

출처: 북한 외무성이 UNICEF에 제출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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