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지난 해 말까지 의료 지원 활동을 벌였던 독일인 의사 노베르트 폴러첸(43)씨는 북한에 제공된 원조 물자가 필요한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증언했다.

15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폴라첸씨는 최근 일본을 방문, 자신이 북한에서 목격한 상황에 대해 이같이 털어 놓았다.

폴러첸씨는 특히 99년 7월부터 지난 해 말까지 의료 지원 사업차 북한에 머물면서 돌아본 10개 병원의 경우 소독약 조차 없고 마취도 하지 않은 채 수술을 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연히 들른 평양 시내의 한 군관련 병원은 시설이 독일 병원과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또 일반 서민들과는 달리 정부 고관들의 경우 중국에서 유명 상표 제품을 쇼핑하는 등 풍족함을 누리고 있다고 그는 증언했다.

폴러첸씨는 북한 체재중 화상 환자에게 자신의 피부를 이식해준 일 때문에 북한 당국으로부터 `우호 메달'을 받았었다.

그는 이 때문에 북한 내부를 비교적 자유롭게 돌아볼 수 있었으나 지난 해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동행 기자를 안내해준 것이 문제가 돼 비자 연장을 받지 못하고 지난 해 말 한국으로 철수했다.

폴러첸씨는 북한에 있을 때 쓴 일기 등을 토대로 `북한을 너무 아는 의사'라는 제하의 책을 최근 출판했으며, 오는 18일에는 미 의회에서 북한 상황 등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도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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