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부터 베트남에서 개최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북한대표단 단장으로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이용호(47) 외무성 참사(남한의 국장급)는 북한 외교계의 실력자로 전해지고 있다.

이 참사는 북한의 다른 대미 전문가들에 비해 외부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북한내에서는 북한 외교를 이끌어 갈 차세대 선두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실세 중의 한 사람으로 외교관 출신 탈북자들은 지목하고 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의 오른팔격인 이 참사는 북한 외교의 핵심인 미국 관련 현안을 총괄하는 실무 책임자이며 특히 각종 대미협상에서 전략과 전술을 수립하는 등 자타가 공인하는 대미전문가이다.

그는 지난 90년초부터 본격 진행된 북ㆍ미 핵협상에 주요 실무자로 참석했고 95년부터 북한 대표단 일원으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의 협상에도 참여했으며 지난해 8월에는 백남순 외무상의 홍콩 방문에 수행하기도 했다.

이 참사는 정통 엘리트코스를 밟은 인물이다. 지난 73년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의 모교이자 차관급 이상 고위간부 자녀들이 다녔던 평양 남산고등중학교(1984년 폐교)를 졸업하고 평양외국어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했으며 졸업 직후인 78년 외무성에 첫 발을 들여 놓았다.

그는 1년 뒤 아프리카의 짐바브웨 주재 북한대사관 서기관으로 임명돼 약 4년간 근무했으며 85년부터 스웨덴주재 서기관으로 활동했다.

88년 평양으로 돌아간 그는 외무성 국제기구국 담당지도원, 과장, 부국장을 거치면서 대미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으며 95년 참사로 승진해 북한의 대외 및 대남 관련 성명 등을 작성하는 참사실에서 현재까지 일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김 총비서의 특사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외무성 순회대사 직함을 갖고 수행했다. 순회대사는 외무성 국장이나 참사들이 대외활동 때 주로 사용하는 직함으로 알려져 있다.

이 참사가 외무성의 실세로 자리를 굳힌 데는 본인의 뛰어난 능력과 함께 김 총비서의 최측근인 아버지 명제(72)씨의 후광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버지 이씨는 원래 조선기록영화촬영소 촬영기사로 일하다가 60년대 문화예술부문을 지도하던 김 총비서의 눈에 띄어 70년대 초반부터 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부부장에 발탁됐으며 84년에 김 총비서의 업무를 막후에서 보좌하는 서기실 실장으로 기용됐다.

이씨는 이어 92년 신병 치료차 프랑스주재 북한대표부 당비서로 2년간 있다가 다시 김 총비서의 서기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서기실 실장 직책을 이성복 전 조직지도부 부부장에게 내주었으나 현재 서기실 부부장으로 있으면서 대외적으로는 조직지도부 부부장 직함을 갖고 활동하면서 김 총비서의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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