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주재런가, 맑고 고운 산…’.

애창가곡 ‘그리운 금강산’의 작곡가 최영섭(최영섭·72)씨가 꿈에 그리던 금강산에 처음 올라 이 노래 속편격인 ‘아 금강산아’를 완성했다. 1961년 8월 어느 날, 하루 밤새 ‘그리운 금강산’을 작곡한 지 39년 만이다. 18일 오후 금강산에서 돌아온 최씨는 새 노래를 내달 6·25전쟁 50주년 기념일에 초연(초연)하겠다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현대 ‘금강호’를 타고 금강산을 찾았다. ‘그리운 금강산’을 가장 많이 부른 김학남(김학남·메조소프라노)씨가 동행했다.

“낙락장송, 풀포기, 돌이끼를 어루만지며, 민족의 한과 아픔, 통일염원이 간절해 몇 번이고 눈물을 쏟았어요. ”

벅찬 가슴을 쓸어내리며 최씨는 새 금강산 노래 곡상을 다듬었다. ‘아 금강산아’는 4곡으로 된 연가곡(연가곡). ‘봄-금강산’ ‘여름-봉래산’ ‘가을-풍악산’ ‘겨울-개골산’이다. 가사는 한글학자 홍일중(65)씨가 썼다. 내달 이 곡을 초연할 성악가는 역시 김학남씨. 신나라레코드가 광복절날 CD로 낸다.

최씨와 김씨는 금강산에 올라 ‘그리운 금강산’ 불러보는 게 소망이었지만, 이번 산행에서 그 꿈은 이루지 못했다. 작사자 고(고) 한상억은 생전에, 원래 노래말 가운데 ‘더럽힌 지 몇몇해’ ‘우리 다 맺힌 원한’ ‘더럽힌 자리’ 세 군데를 ‘못 가본 지 몇몇해’ ‘우리 다 맺힌 슬픔’ ‘예대로인데’로 고쳤지만, 북한에서 이 노래는 여전히 금지곡이다.

금강호 선상에서 ‘그리운 금강산’을 목청껏 부른 김학남씨는 “전쟁 나던 해 부친이 납북되고, 석달 뒤 태어났다”며 “산을 오르며 내내 목이 메었다”고 말했다. 인천 새얼문화재단은 6·25 50주년을 맞아 최씨의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를 내달 인천종합문예회관에 세우기로 했다.

/김용운기자 proart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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