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외교적 개방정책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참상은 여전하며 원조 식량들도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지적했다.

14일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가 대북 수교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르몽드는 15일자에서 탈북자들의 증언을 전하며 외교적 개방 움직임이 '지난 50년 이래 최대의 재난'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신문은 북한을 탈출, 동남아시아 모처에서 한국행 비자를 신청해놓고 있는 한 가족을 소개했다. 영양부족의 어머니가 젖이 나오지 않아 옥수수죽만 먹은 4세된 어린 딸은 비타민 결핍으로 생후 8개월만에 시력을 잃었으며 15세된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중국 국경을 넘다 체포돼 수용소에 수감중 동상으로 발가락을 잃었다.

이 소년은 보름정도 수용소에 있었는데 영하 10-15도의 혹한에 신발도 없이 지냈다고 말했다. 수용소에서 나온뒤 시장에서 무릎으로 기며 음식을 구걸하다 기진해 쓰러져있는 것을 어머니가 찾아냈다.

광부였던 아버지(37)는 '94년 김일성(金日成) 사망 전에도 식량은 부족했다. 그후 한달에 쌀 5㎏씩을 배급받았다. 이것으로는 살 수가 없어 석탄을 훔쳐 암시장에 내다팔았다'고 말했다.

신문은 지난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이은 외교적 개방 움직임이 주민들의 참상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탈북자들의 증언으로 볼 때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단언했다.

신문은 또한 탈북자들의 증언은 북한에서 활동중인 국제기구 책임자들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외국 구호식량의 상당부분이 가장 부족을 겪고있는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않고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탈북자 아버지는 '김대통령이 왔을 때 사람들은 큰 희망을 품었다. 모든 것이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기대는 사라졌다. 김대통령이 정말 다녀갔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라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북한이 외국의 원조식량을 받고있다는 사실을 알고있다. 그러나 실제로 혜택을 입은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아버지는 금지된 한국 라디오 방송을 몰래 듣다 미국과 한국이 제공한 쌀 수t이 북한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나는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한국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의약품은 돈있는 사람들은 암시장에서 구할 수 있으나 일반 주민들은 약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의약품을 내다팔고 그 돈으로 생필품을 구하고있다.

신문은 식량 부족 뿐 아니라 보건체계의 붕괴로 주민들은 서서히 죽어가고있다고 밝혔다. 이 탈북자 어머니는 '병원에 가도 치료를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난방이 전혀 되지 않기때문에 폐렴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는 소독약, 주사기, 수술용 장갑같은 가장 기본적인 것도 없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도 호응하고 있는 외교적 개방정책이 전략지정학적으로는 의미가 있겠으나 북한주민들의 상황을 개선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파리=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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