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국경을 넘은 탈북자 상당수가 북한으로 강제송환돼 잔인한 처벌을 받고 있으며, 중국 임시수용소에서도 인권을 짓밟히고 있다고 강제송환을 경험한 탈북자 4명이 18일 증언했다.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탈북자 강제송환 실태보고회’에서 탈북 및 강제송환 경험자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탈북난민보호UN청원운동본부(본부장 김상철·김상철)는 “현재 중국을 떠도는 탈북자는 10만명선으로 추정되고, 북한으로 강제송환되는 탈북자는 매년 늘어 97년 5400여명, 98년 6300여명에 이른다”며 “하지만 94년 이후 국내에 귀순한 탈북자는 400명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95년 10월 탈북했다 강제송환된 뒤 96년 4월 재탈북한 김성민(김성민·38) 전 북한군 대위는 “중국에서 검거된 탈북자는 국경 지역인 지린성(길림성) 허룽시(화룡시)의 탈북자 수용소에 수감된다”고 말했다. 4층 건물인 이 수용소는 울타리와 철조망으로 철저히 외부와 격리돼 있으며, 창문도 없는 3평짜리 감방에 7~10명씩 수감돼 24시간 폐쇄회로TV로 감시당하는 가운데 대·소변도 요강 하나로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그는 전했다.

수용소측은 폭동을 우려, “조사에 협조하면 북한에 보내지 않겠다”고 회유하지만, 1주일 조사 뒤 전원 족쇄로 묶어 북한군에 인계한다고 탈북자 유지성(유지성·35)씨는 말했다. 북한에 송환된 뒤에는 정치범으로 간주돼 변호인과 참관인 없는 재판을 받으며, 보통 3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지만, 한국이나 제3국 탈출을 시도한 사람은 대부분 총살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북한은 군장교, 당간부 출신 등 고급 탈북자에 대해서는 잔인하고 집요한 체포 작전을 벌인다. 노동당 부문당비서를 지내다 97년 8월 2차 탈북한 최중현(최중현·39)씨는 99년 6월 북한보위부가 딸을 인질로 잡고 체포극을 벌이다 실패하자, 한달 뒤 중국 은신처에 직접 들이닥쳤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보고회에서 우리 정부가 탈북자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민복(이민복·44) 전 북한농업과학원 연구원은 “제3국 한국대사관을 찾은 탈북 벌목공에게 대사관 직원들이 ‘경찰을 부르겠다’며 쫓아내는 것을 직접 봤다”며 “한국 정부는 탈북자를 국민으로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중국이 북한과 체결한 밀입국자송환협정에 근거해 탈북자를 강제 송환하지만, 이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했다. 명지대 김명기(김명기·국제법) 교수는 “중국의 강제송환은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 제33조 강제송환금지 규정에 위반되며, 밀입국자송환협정 자체가 국제법상 무효”라고 지적했다.

/이동혁기자 d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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