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적인 시각의 싱크탱크(두뇌집단)인 헤리티지 재단의 에드윈 퓰너(Edwin J.Feulner)이사장은 14일 한국자유총연맹 주최로 열린 초청 강연회에서 `전략적 모호성에서 전략적 명확성으로'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조지 부시 미 행정부의 정책결정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진 그는 한미간 대북문제와 관련, '견해차가 있고 접근방식이 다르지만 서로 밀접하게 조율해 나갈것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대북지원이나 미국의 제네바 협정 개정 여부 등에 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소 `정치적인 답변'으로 논점을 피해갔다.

그는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지만 북한에 대한 상호주의를 강조했고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북한에 너무 많은 원조를 해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미국의 중국 지원을 예로 들어가며 우회적으로 답변했다.

다음은 퓰너 이사장과 방청객,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 DJ의 대북정책은 북한에 너무 많은 원조를 해주고 있는 것 아니냐.

-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과 미국 정부의 대중 정책에 대해 비슷한 반대의견이 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중국의 변화를 돌아보면 독재국가에 조금씩 균열이 보이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북한 상황은 중국보다 더 좋지 않지만 우리는 북한에 대해 점진적으로 접근할 것이고 그러려면 한국이 주도하는 접촉이 필요하다.

▶ 북한은 중국이 아니며 이미 붕괴 직전에 있는 아주 조그만 나라 아닌가.

- 관대함에 대해 말하자면 미국처럼 관대한 나라도 없다. 우리는 북한이 어려움이 처해있다는 점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다만 북한 정권의 힘을 지나치게 강화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문제이며 따라서 많이 배우고 공부하려고 한다.

▶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이 말한 북미간 대화 시점과 회담 의제는.

- 시점은 잘 모르겠고 구체적인 이슈를 말씀드릴 수 없다. 클린턴 전미 행정부 막바지에 진행된 사항들도 염두에 두겠지만 현재 진행중인 사항들도 고려할 것이다.

▶ 귀하나 부시 미 행정부는 제네바 합의가 개정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또 경수로를 화력 발전소로 바꾸려 하느냐.

- 그 문제는 스케줄이 빡빡하고 개정한다 해도 스케줄이 잘 맞지 않는다. 아미티지 부장관이 이미 지지 의사를 재확인하지 않았느냐. 두번째 문제에 대해 말하자면 전력을 원자력, 수력 혹은 화력으로 생산할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송배전 시설이 형편없다는 점이 문제 아니냐. 이 문제는 미국의 외교안보팀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관계자들이 몇달이 아니라 몇주안에 결정할 것이다.

▶ 송배전 시설이 문제라는 것은 제네바 합의 수정을 뜻하는 것인가.

- 아미티지 부장관이 지난주 여기 왔을 때 그 문제에 대해 `NO'라고 대답했다.

▶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 구상이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 아닌가.

- 그건 매우 광범위한 주제여서 이 자리에서 말하기 어렵다. 헤리티지 재단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면 미사일방어체제가 아시아에도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글도 많이 올라와 있다.

▶ 비무장지대 안의 북한군 철수가 북미협상의 주요 의제가 될 수 있나.

- 북한군의 전진 배치는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다. 이를 되돌리는 것은 상호주의에 따른 확실한 조치다. 이는 북미협상의 의제가 되겠지만 얼마나 중요한 의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퓰너 이사장은 레이건 전미 행정부의 대통령 인수위원회 위원과 미 의회 공화당 학술위원회 집행이사를 역임했다. 그의 저서로는 「자유의 행진」(The March of Freedom, 1998), 「미국의 리더십」(Leadership for America, 2000) 등이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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