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보위부 요원 등 북한 엘리트들이 김정남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컴퓨터위원회 위원장’ 또는 ‘컴퓨터위원회 위원장’으로 호칭하는 것은 그가 정보기술(IT) 전략을 주도하는 ‘사령부’ 격인 조선컴퓨터센터 최고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김정남도 다른 어떤 업무보다 이 일에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연구소 정도로 알려진 조선컴퓨터센터는 처음부터 김정남의 기획에 의해 국가안전보위부의 ‘비밀 해외정보사령부’ 기능까지 수행해 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0년대 말 통신 감청·컴퓨터 해킹 등을 이용한 보위부의 해외 정보 수집 업무에 관여하던 김정남은 이 업무를 강화함과 동시에 컴퓨터 산업도 발전시켜야 한다고 판단, 첨단 시설을 갖춘 기관의 필요성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건의해 약 5억3000만달러를 투입해 1990년에 이 센터를 설립했다.

조선컴퓨터센터는 백두산건축연구원의 설계로 노동당 건설국(8국)과 공병총국이 합동으로 2년에 걸쳐 완공했다. 조선컴퓨터센터가 설립되면서 김정남은 평양시 서성구역 와산동 소재 국가안전보위부 청사 지하 2층에 있던 비밀 해외정보 수집 부서를 만경대구역 선내동에 위치한 이 센터로 옮겼다.

김정남이 IT 전략을 주도하는 데는 조선컴퓨터센터가 주요 국가의 정부 기관·기업 웹사이트 검색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가 큰 힘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당과 내각의 관련 부서와 과학원·평양정보센터(PIC)·약전연구소·김일성종합대와 김책공대 컴퓨터프로그램센터 등을 통제하면서 IT 정책의 수립·추진을 총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조선컴퓨터센터의 이 같은 실질적인 역할과 위상을 대외적으로는 비밀로 해왔다. 대외적으로 조선컴퓨터센터의 책임자는 국장과 서기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센터에는 남한 출신 IT 전문가(월북자)도 3명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컴퓨터센터는 97년 화재로 전소됐는데 김정일 위원장은 건립비보다 훨씬 많은 10억 달러를 투입해 건물을 똑같이 복원시키고 내부시설은 성능이 훨씬 좋은 것들로 갖추게 했다고 한다.

/이교관 기자 haed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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