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일반 주민들이 당국의 엄격한 정보통제로 바깥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어두운 것과는 달리 고위층은 외부세계 소식을 비교적 소상히 꿰고 있으며 특히 남한 소식은 남한 사람 못지 않게 잘 알고 있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북한 고위 간부들이 외부세계 소식을 접하게 되는 통로는 북한 유일의 통신사인 조선중앙통신사가 제공하는 각종 정보자료를 통해서다. 조선중앙통신사에는 "참고통신 편집국"이라는 부서가 있어 세계 각국의 신문, 방송, 통신과 기타 출판물들을 24시간 모니터링해 뉴스로 가공, 배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사가 제작, 배포하는 자료는 18 종류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그 가운데 알려진 것으로는 ‘참고통신’과 ‘참고신문’이 있다. 이는 중국 신화사가 50년대부터 발간했던 참고자료·참고소식이나 소련 타스통신이 간부용으로 배포했던 "적색타스" "백색타스"와 비교된다.

참고통신은 ▲남조선정세 ▲국제정세 ▲과학기술통보의 세 가지가 있다. 각각 A4용지 크기에 분량은 대개 40쪽 안팎이다. 남조선정세는 오른쪽 상단에 붉은 띠가 있고 그 위에 "남조선정세"라는 제호가 붙어 있는데 보통 국제정세나 과학기술통보보다 좀더 두툼한 것이 특징이다.

이들 자료는 매일 오전, 오후에 한 번씩 배포, 열람되는데 내부적으로 오전에 배포되는 것을 1보, 오후에 배포되는 것을 2보라고 부른다. 배포 대상은 중앙당 부부장급, 내각 부상(차관)급 이상 고위 간부들이며 외무성·무역성 등 대외부문이나 출판·보도분야에 한해서는 일부 중간간부나 하위직에까지 열람을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참고통신은 논평 없이 사실을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있으며, 표현도 점잖은 편이다. 열람 기한은 원칙적으로 하루로 되어 있고, 반드시 소속 부서 내에서만 보게 되어 있으며 열람 후에는 원본 그대로 반납토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고위직의 경우 규정을 무시하고 집에 가져가는 일도 없지 않은데 그럴 때면 부인이나 자식들이 몰래 보고 저희들끼리 모여 수군거리며 정보를 나누기도 한다.

참고신문은 일간신문처럼 4면으로 되어 있다. 중앙당이나 내각의 중간간부, 각 기관·단체의 책임자, 2급 기업소(종업원 3000명 정도) 이상 당비서들에게 배포된다. 내용은 참고통신과 기본적으로 비슷하나 다분히 비판적이고 표현이 거친 것이 특징이다. 단순한 정보자료라기보다는 교양자료의 성격이 짙다.

이 밖에 김일성·김정일 부자에게만 보고되는 백지통신(1호통신), 중앙당 정치국 위원급이 열람하는 8호통신, 하위직 간부들에게 배포되는 자료통신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광인기자 k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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