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세부사항에 관해 북한과 협상하는 우리측 실무대표단의 가장 큰 원칙은 남과 북에 모두 득(득)이 되는 ‘윈-윈(win-win)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70년대 초반 동·서독 정상회담과 미·중 정상회담을 본받은 것이다.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서 남·북한간에 갈등요인이 될 수 있는 의전(의전) 행사를 대폭 생략키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도 이 원칙에서다. 통상 대통령이 서방국을 방문할 때는 공항 도착에서부터 공식환영 행사가 잇따른다. 평양에서 이런 의전행사를 모두 치를 경우, 필연적으로 태극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기(인공기·인공기)’에 대한 문제가 등장하게 되고, 또한 국가(국가) 문제가 뒤따르게 될 수밖에 없다. 이념이 대립적인 국가간 정상회담에서는 이런 문제가 자칫 갈등의 ‘화약고’가 될 소지가 커, 동·서독 정상회담을 교훈으로 이런 장애물을 피해가자는 것이다.

김 대통령의 평양 체류시 김일성(김일성) 묘소 방문이나 헌화(헌화), 단군릉 등 북한의 이념적 상징물 방문을 피하기로 협상 원칙을 정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대신 ‘민족’ ‘역사’를 주제로 해 북한 내의 대표적 고구려 유적을 방문하는 것 등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또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을 대표하는 형식상 ‘정상’은 아니지만 북한 내 비중과 위상에 걸맞게 예우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북한이 꺼릴 수 있는 행사 등도 피함으로써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북한이 남·북 합작공장에 김 대통령이 방문하는 것을 꺼릴 경우, 북한의 입장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다만 정상회담은 가급적 배석자 없는 단독회담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김민배기자 ba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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