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머리 아픈 파월
골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10일 하원의 정부 지출금 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기 앞서 준비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워싱턴=AP연합

부시 행정부 출범 후 4개월을 끌어온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이 이르면 오는 6월 미·북간 미사일 회담 재개로 귀결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북한과의 대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던 미국이 이처럼 급피치를 올리는 것은 부시 행정부의 세계 안보 전략인 미사일방어(MD) 체계 추진과 관계가 깊다. MD 추진에 대한 국제적인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불량국가(Rogue Country)’로 규정한 북한의 미사일 문제 해결에 나서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강성이미지에서 일부나마 탈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미국이 현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대북정책 재검토 과정에서 북한 미사일 개발과 수출 중단을 위해 어떤 ‘협상 보따리’를 마련하느냐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부시 행정부가 그동안 상호주의와 철저한 검증을 줄기차게 강조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사일 협상에 나서되 내거는 조건들은 클린턴 전 행정부보다 훨씬 까다로울 가능성이 크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융통성을 발휘해 전향적인 자세로 나오면 좋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하더라도 MD추진이라는 ‘양수겸장(兩手兼將·장기에서 동시에 장군 부르기)’을 두고 있기 때문에 속이 탈 일이 별로 없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이날 “미·북간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미사일 협상이 실제 진척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미·북간 미사일 회담은 MD추진의 종속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또 대북정책 재검토 마무리 과정에서 그동안 다소 틈새가 벌어진 한·일간의 공조체제를 다짐으로써 동아시아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MD추진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는 6·7월 한승수 외교통상부장관과 콜린 파월(Colin Powell) 국무장관의 교차방문이 예정돼 있고, 이달 말에는 호놀룰루에서 한·미·일간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가 열린다. 이에 앞서 오는 17일부터 이틀간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고위관리에서 남북한과 미국의 차관보급 인사들이 조우, 한반도의 안보문제에 대해 운을 뗄 예정이다.

미국은 방한한 리처드 아미티지(Richard Armitage) 국무부 부장관이 밝혔듯이 대북정책의 최종 성안단계에서 한국과 일본의 의견을 상당수 수렴할 것으로 전해졌다. 콜린 파월 장관은 10일 상원에 출석, “우리는 북한문제에서 진전을 이루는 방법을 찾기 위해 한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재차 한·미 공조를 강조했다. 때문에 최대 쟁점 중 하나인 제네바 기본합의 수정 여부에 대한 방침과 관련, 지금까지 거론되던 경수로 2기 모두 화전(火電)으로 대체, 경수로 1기만 화전으로 대체, 현상 유지 등 3개 안 중 사실상 마지막 안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달 말까지는 실무적으로 확정될 것으로 보이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막판 관련부처 합동회의에서 북한의 핵투명성 보장 문제, 재래식 무기 감축방안 등에 대해 어느정도 수위로 결정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부시 행정부가 성안된 대북정책을 다음달 초 종합발표할지 아니면, 각종 회담이나 정례 브리핑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공개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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