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과 미국의 고위관리가 내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제8차 고위관리회의(SOM)에서 한자리에 모임에 따라 남북한 및 미국간 3자 연쇄접촉 여부가 주목된다.

오는 17-18일 하노이에서 열리는 ARF SOM에서는 미국측에서 미사일방어(MD) 체제 설명차 아시아를 순방중인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참석하며, 북한에서는 리용호 외무성 신뢰구축담당 참사 등 3명이 참석한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최영진(崔英鎭) 외교통상부 외교정책실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대표단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이번 회의에서는 남북한과 미국간의 자연스런 접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11일 '이번 회의에서 북미, 남북간의 공식적인 접촉이나 면담은 없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한 회의석상에서 만나다 보면 자연스러운 비공식 접촉은 있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더구나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이 '북미간 대화를 곧 재개할 것'이라고 언급한데 이은 북.미간의 첫 접촉이 어떤 식으로든 성사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대북정책검토 완료를 앞두고 비공식 접촉을 통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밝힌 2003년까지의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등 북한측의 최근 기류를 어느정도 타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북미대화는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되고, 한.미, 그리고 한.미.일 3자간에 대북정책 이행방안을 논의한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면서 '이번 회의에서 남북한 및 미국이 모두 모여도 특별히 얘기를 나눌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ARF SOM에서 지역정세를 논의하는 동안 중국, 러시아와 함께 북한이 미국의 MD에 대해 나름대로의 입장을 개진함으로써 간접적인 대화의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우리측은 이번 회의를 통한 북한과의 비공식 만남에서, 아미티지 부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드러난 북미대화 재개라는 미국측의 대략적인 뜻을 전달하며 남북대화의 조속 재개희망을 전달할 가능성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우리측은 미국내 대북정책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라도 남북한간 조속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1월 부시 행정부 출범이후 남북 및 북미대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 적극적인 대북접촉을 시도할 경우 오히려 북측을 자극, 모처럼의 기회를 상실할 수 있어 북측의 반응을 봐가며 신중히 접근한다는 나름의 원칙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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