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행정부가 앞으로 수주내 대북정책 재검토를 마치고 북한과 대화에 나설 의향을 밝힘에 따라 미국의 정권교체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던 남북관계가 다시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번주 서울을 방문한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이 우리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지지와 북미 대화를 가까운 장래에 추진할 뜻을 천명함에 따라 북한이 최근 불편하게 생각하던 한 요소가 해결됐다는 판단아래 남북대화 재개를 본격 추진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리가 '아미티지 부장관의 방문으로 ▲대북정책 재검토 조기 완료 및 북미대화 재개 ▲포용정책 지지 ▲북미 기본합의문 준수의 세가지를 확인했다'며 '북측으로서도 미국의 입장을 알게됐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에서도 정부의 남북대화 조기 추진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특히 아미티지 부장관의 입장 표명은 요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와의 회담에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오는 2003년까지 미사일 시험 발사 유예를 선언한 이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간접대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북한은 오는 17∼1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제8차 고위관리회의에 리용호 외무성 신뢰구축담당 참사를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파견할 것으로 전해져 이 회의에 참석하는 남한과 미국 대표 사이 남-북,북-미 양자 혹은 남-북-미 3자 접촉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는 최영진 외교통상부 외교 정책실장이 그리고 미국측에서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차관보가 각각 대표로 참석할 예정으로 있어 북측 대표와 자연스런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또 남북대화의 걸림돌로 평가되는 금강산 관광사업을 풀기 위한 현대아산과 북측의 협상이 내주께 열릴 것이라는 점도 남북 대화 재개 분위기를 한층 높여주고 있다.

이같은 한반도 주변 환경의 빠른 변화는 결국 남북대화의 재개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에 대한 한.미.일의 포괄적 접근은 각자의 역할 분담 속에서 이뤄진 것인 만큼 북측도 남측과의 대화를 계속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미국은 미국대로, 남한은 남한대로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6월15일 남북정상회담 1주년이 다가오고 있고 북측도 남측과의 공동행사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6월15일 이전에는 당국간 회담이 열려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분석에도 불구하고 남북대화가 재개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남북문제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회담은 결국 쌍방의 수요가 맞아 떨어져야 개최될 수 있는 것'이라며 '현재 남측의 경제적 여건과 국민여론으로 봐서 북측에 뭔가 준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남북회담이 조속히 재개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북측이 부시 미 행정부와 대화 테이블에서 본의를 파악하고 난 이후 남북 대화에 다시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현 상황을 낙관하기 보다는 차분히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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