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아미티지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10일 오전 김동신 국방장관에게 전세계 2개 주요 전장에서의 동시승리 전략을 의미하는 윈·윈(win·win) 전략의 폐기를 공식 확인함에 따라, 미국의 한반도 안보전략에 어떤 영향이 올지 주목된다.

아미티지 부장관이 설명한 미국 국방정책 재검토의 4가지 골격 가운데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미 국방정책의 전략 중심축을 아시아로 옮기고 해외기지를 포함한 전방배치 전력의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전력투사 능력을 강화하며 전력의 기동성을 높이고 경량화한다는 것.

미국이 중국의 잠재적 위협을 의식, 유럽·대서양쪽에 실려 있던 전략의 무게 중심을 아시아 태평양쪽으로 옮기겠다는 것에 대해 국방부와 군 당국은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해외기지 등 전방배치 전력의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돼 국방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미측이 아직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해 공식적으로 우리 당국에 언급한 적은 전혀 없다”며 “아시아 중시 전략에 따라 주한미군에 첨단무기를 증강 배치하는 등 오히려 주한미군이 강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는 해외주둔 미군을 줄이는 대신 기동성과 화력을 크게 향상시킨 신속배치 전력(Rapid Deployment Forces)을 구성, 분쟁지역에 신속히 배치함으로써 초강대국으로서의 영향력을 유지한다는 군사전략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머스 슈워츠 주한미군 사령관도 3월 미 의회 청문회에서 “산악지형에서의 작전능력이 뛰어난 1개 고(高)기동여단의 한반도 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었다.

군사 전문가들은 윈·윈 전략 폐기에 따라 유사시 전면전에 대비한 한·미연합 작전계획인 ‘작전계획 5027’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작전계획 5027’은 전쟁발발 90일 이내에 시차별 부대전개 제원(TPFDD)에 따라 한반도에 배치되는 69만명의 병력과 5개 항모전투단을 비롯한 함정 160여척, 항공기 1600여대 등 대규모의 미군 증원전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나, 윈·윈 전략 폐기 등 미국의 신 국방전략에 따라 그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많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아미티지 부장관은 10일 오후엔 정부중앙청사에서 외교통상부와 국방부의 고위 실무진과 간담회를 갖고, 미국의 새로운 ‘전략적 틀(strategic framework)’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안경을 끼고 두께 5㎝가량의 관련 서류들을 들춰가며, “미국의 ‘전략적 틀’은 21세기 안보환경의 변화를 고려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이해를 요청했다.

미국측은 대량살상무기(WMD) 공격으로부터 미국과 우방국을 보호하기 위한 비확산(non-proliferation) 정책과, ‘위험물’ 제거를 위한 선제공격 개념을 포함한 WMD의 확산 저지(counter-proliferation) 정책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사일방어(MD) 체계가 모든 형태의 미사일 공격에 대해 ‘우산’ 형태의 방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불량국가로부터의 제한된 공격을 막는 체계라는 개념임을 설명했다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간담회가 끝난 후, 미국측이 자신들의 구상에 대한 참여 강요나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측은 간담회에서 “전세계적인 위협의 필요성을 관련국가가 인정하고 협의함으로써 국제적인 평화안전을 증진시켜야 한다”며 “한국이 현실감을 갖고 이해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힘으로써 간접적으로 한국정부의 동참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아미티지 부장관은 미국의 ‘전략적 틀’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숙제로 남기고 떠났다”며 “우리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제적인 동향을 파악해 바람직한 입장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원기자 kysu@chosun.com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