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균형에 큰 영향을 미칠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측근들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난해 북한 정부와 추진한 성급한 협상에 대한 혐오감을 공공연히 드러내 왔지만 냉전시대의 마지막 적인 북한과 관계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김정일 위원장의 움직임을 거부하면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이 추진하는 `햇볕정책'이 실패할 수도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주한 미군과 10만 아시아 주둔 미군의 안보 역할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검토해야 한다.

한국을 방문 중인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9일 '수주일 내에 대북정책 재검토가 끝날 것'이라며 '조만간 북한과 접촉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미 대화의 가능성은 분명하지 않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3월 김대중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신뢰하지 않으며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직시 마련된 북한의 미사일 동결 프로그램은 확실성을 보장할 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도 지난 주 유럽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 결과가 좋지 않으면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무산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이에 따라 분석가들은 부시 대통령이 대북 접촉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함으로써 김정일 위원장이 접촉의 조건과 속도를 결정해나가지 못하도록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또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접촉 지지를 더욱 강화하면서 미사일 회담은 뒤로 미룬 채 한반도 평화와 군비감축 문제에 주력할 가능성이 있다.

전략문제연구소(CSIS) 보안전문가인 마이클 맥더비트는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대북문제는 한국이 주도하고 미국이 뒤따르는 형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막대한 군사비를 지출하면서 기아 해결에 외국 원조를 이용하는 것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대북경수로 지원사업도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재검토하고 있다.

대북문제의 핵심 중 하나는 북한이 국제 외교무대에 등장하고 있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진의가 무엇인지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부시 행정부는 궁극에는 남북한이 통일된 후 주한 미군이 철수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는 장기 전망도 검토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미군 주둔에 대한 반발이 이미 나타나고 있으며 아시아 주둔 미군의 역할에 의문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아시아 안보구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 결과가 이처럼 아시아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워싱턴 뿐 아니라 북한과 한국, 그리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그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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