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6일 강원도 원산에서 오찬을 겸해 3시간30분간 면담을 가진 것으로 전해져 관심을 끈다.

김 국방위원장은 앞서 2000년 6월 29일에도 원산에서 현 회장의 시아버지인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과 5시간 가까이 면담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국방위원장은 같은 동해안인 함경남도 함흥에서는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수 김연자씨 등을 만나기는 했지만, 최근 수년간 원산에서 만난 남한의 주요 인사로는 현대그룹 일가뿐이다.

김 국방위원장이 현대그룹 일가를 만난 곳은 원산초대소로 추정된다. 그가 종종 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김 국방위원장의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가 쓴 책 ‘김정일 요리사’에 따르면 원산초대소는 김 국방위원장이 종종 찾는 곳으로, 전망이 아주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김 국방위원장의 처소 옆에 잔디코스를 조성, 승마를 즐길 수 있게 돼 있고, 330m의 롤러스케이트장, 수영장 등 다양한 시설이 구비돼 있다.

김 국방위원장은 이곳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현 회장 일행을 만났을 가능성도 있다.

평양은 최근 30도 내외 무더위의 연속이었다. 김 위원장이 최근 공개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13일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국무위원을 만났을 때였다.

현 회장은 장시간 대화하면서 백두산.개성 관광을 김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이끌어 냈다.

현 회장은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백두산과 개성관광을 허락했다”면서 “개성은 8월15일에 시범관광을 실시할 계획이고 백두산도 다음달 말쯤이면 시범관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 6월 정 명예회장을 만났을 당시에는 김 국방위원장이 막걸리 맛을 극찬한 일화가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남북 정상회담 성과, 금강산관광 등에 대해 폭넓게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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