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검토 중인 이지스함 두 척의 한반도 동해 배치는 엄청난 비용과 기간이 소요되는 미사일방어(MD) 계획의 과도기적·보충적 방안으로, 제한적인 미사일 방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란 등의 ‘불량국가(Rogue Country)’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을 상대로 하는 방어 계획이다. 때문에 이 방식이 채용되더라도 미 본토 방어를 위한 광범위한 미사일 방어는 별도로 추진된다.

미국의 미사일방어(MD)계획은 동맹국 방어를 위한 전역미사일방어(TMD)체제를 포함하면 전체 비용은 1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초보적 수준으로나마 완성될 시기는 빨라야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 임기가 끝날 무렵인 2005년쯤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지스함의 전진배치를 통한 북한 대포동 미사일 요격은 미 해군이 종래 추진했던 광전역미사일방어(Navy Theatre Wide)체제를 확대한 것이다. 대포동에서 발사된 미사일의 제2로켓엔진이 점화되기 이전에 요격한다는 개념이다. 미사일은 발사 직후 속도가 느리고 탐지도 쉬워 요격에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 해군에서는 이러한 방식을 ‘발사-탐지-요격(Shoot-Look-Shoot)’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부시 행정부가 초보적이지만 효율적인 ‘Sea-base(해상발사)’ 미사일 방어체제를 검토하는 이유는 많은 비용을 투입하지 않고도 실전배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 해군은 올해 안에 두 차례의 요격실험을 비롯, 오는 2003년까지 50차례의 실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첫 번째 방안으로는 이지스함 두 척을 북한에서 20~50㎞ 떨어진 해상에, 두 번째 방안으로는 4~5년내 14억~18억달러를 들여 50개의 SM-3 블록1 요격 미사일을 탑재한 이지스급 구축함 두 척을 150~550㎞ 떨어진 해상에 배치, 대기권 밖에서 대포동 미사일을 요격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지스함 배치 계획은 북한·중국·러시아로부터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며, 한반도 주변정세에 새로운 논란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 윤희영기자 hyyoon@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