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대북 정책 검토를 조만간 완료할 것이며, 대북 정책에는 한국 정부와 김대중 대통령의 견해를 최대한 반영할 것이라는 내용의 친서를, 9일 방한한 리처드 아미티지(Richard Armitage) 국무부 부장관을 통해 김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청와대의 박준영 대변인이 밝혔다.

아미티지 부장관은 이날 오후 청와대로 김 대통령을 예방하고, 이어 한승수 외교통상부 장관과 회담한 뒤 정부중앙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북정책은 몇주일(in a few weeks) 이내에 검토를 완료할 것”이라며 “가까운 장래에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해, 이르면 이달 말 또는 6월 초쯤에는 미·북 대화가 재개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르면 이달 말 한·미·일 대북정책 조정그룹(TCOG) 회의 직후에 미·북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북 대화는 작년 11월 말레이시아의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미사일 회담 이후 6개월간 전면 중단됐었다.

부시 대통령은 김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해 강력한 지지”를 표명하는 한편, 미국의 새로운 세계 전략에 관해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 미사일 방어(MD)체제 미국 핵무기의 일방적 최저수준 감축 등 개요를 설명했다고, 청와대 박 대변인이 전했다.

아미티지 부장관은 김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대북정책 검토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빠른 시일내에 이를 종결시킬 방침”이라고 밝히고, 부시 행정부의 MD 추진 방침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이번 방한은 미국의 최종 입장을 통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동맹국 및 관련국과의 협의 과정의 시작임을 강조했다고, 박 대변인은 말했다.

김 대통령은 아미티지 부장관에게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조속히 완료돼서 미·북간 직접 대화가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미국이 새 국제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MD를 추진하는 데 대해 “이해한다”면서 “동맹국 및 관련국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미티지 부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MD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한국이 변화하는 정세에 대해 이해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미티지 부장관은 10일 임동원 통일부 장관, 김동신 국방부 장관을 면담한 후, 임성준 외교부 차관보를 비롯한 관계자들과 MD에 대한 간담회를 가진 후, 인도로 떠날 예정이다.

/ 김민배기자 baibai@chosun.com
/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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