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버릇이 나쁘다고 할 수도 있는데요. 요는 어릴 때부터 그 환경에 담뿍 잠겨서 `컴퓨터 미치광이'를 키워보자는 거예요.' 지난달 1일 `컴퓨터 수재반'을 신설한 북한 금성제1고등중학교의 오정훈(53) 교장이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조선신보는 북한의 만경대학생소년궁전과 평양학생소년궁전, 이들 부속학교인 금성제1, 2고등중학교에 올해 `컴퓨터 수재반'이 신설된 것과 관련해 금성제1고등중학교 교사들과 가진 인터뷰 내용을 지난 7일자에서 상세히 소개했다.

조선신보에 따르면 이 학교의 컴퓨터 수재반을 전담하고 있는 리창연(59) 부교장은 `컴퓨터 미치광이'를 키워내는 것이 수재반의 목적이라며 '컴퓨터 미치광이란 컴퓨터만 있으면 개발 도구를 쓰면서 낮밤을 가리지 않고 열중해 세상을 놀래는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인재'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에서는 컴퓨터기술을 이론적으로 배운 사람, 즉 책의 전문가가 양성되지만 여기서는(컴퓨터 수재반) 착상과 정열에 넘치는 실천가를 키운다'며 이 학교가 어릴 때부터 컴퓨터에 정통한 마니아를 육성하는 수재교육기관임을 거듭 밝혔다.

리 부교장은 이미 학생들 사이에서 전도 유망한 컴퓨터 마니아로서의 좋은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며 '학생소년궁전에 비치된 컴퓨터를 과외시간에 다루는 학생들이 궁전의 문이 닫히는 시간이 되어도 집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고 있고 하루종일이라도 컴퓨터를 다루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교사들은 궁전의 운영시간 연장, 통학버스 운행 등 학생들의 컴퓨터 열정에 대처하기 위한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그는 또 지난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컴퓨터보급은 '새 지식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를 중대시켜 그들의 잠재력을 이끌어 내는 기폭제가 됐다'고 주장하면서 '지금 젊은 사람들은 누가 배워주지 않았어도 컴퓨터를 가지고 텔레비전도 보고 오락도 하고 `카라오케'도 하는데 이것은 이전 세대에서는 보지 못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리 부교장은 이어 '우리의 목표는 세계 일등급'이라며 기존의 책에 적힌 내용을 되뇌인다 해도 그것은 컴퓨터기술의 선진국을 뒤따르는 일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제는 남을 따라 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금성제1고등중학교가 이미 예술인 영재교육기관으로 이름을 떨친 점을 지적하면서 '세계 일등급 예술가를 배출한 우리 학교가 컴퓨터라는 새로운 분야의 수재양성을 개척해 보려 한다'고 다짐했다.

리 부교장은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이 대학 교원(교수)을 거쳐 지난 90년부터 지난해까지 북한 컴퓨터산업의 메카인 `조선콤퓨터쎈터'의 기술강습소에서 근무했으며 올해 이 학교 부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조선신보는 전했다.

이 학교의 오 교장도 종전까지는 전국에서 선발된 `꼬마예술인'들이 이 학교를 다녔지만 올해부터는 `컴퓨터 꼬마기술자'들이 함께 공부하게 됐다며 현재 전체 학생 1천200명 중 600명은 컴퓨터수재반 학생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내의 이르는 곳마다 노랫소리와 악기소리가 들여오는 것이 우리 학교의 풍경이었는데 앞으로는 바뀔 수도 있다'며 '컴퓨터 수재들도 정서적으로 키워야 하는 만큼 이들이 음악소리 넘쳐 흐르는 곳에서 배우는건 나쁘지 않을 것'라고 지적했다.

오 교장에 따르면 수재반은 각 도에 설립돼 있는 수재양성학교인 제1고등중학교에서 시험을 통해 엄선된 뛰어난 학생들로 구성됐으며 그 중에는 매년 열리는 `전국수학경연'이나 `알아맞추기경연' 등에서 입상한 학생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 학생은 기초과목으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의 혁명역사, 수학, 외국어를 배우고 과외시간에는 전부 컴퓨터 관련 교육만을 집중적으로 받는다고 오 교장은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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