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남과 함께 일본 공안당국에 체포됐던 두 여인. 김정남의 큰 어머니 성혜랑씨는 김정남의 ‘심미안’을 감안할 때 뒤편 선글라스를 낀 여인이 부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의 일본 밀입국과 관련, 김정남의 큰 어머니인 성혜랑씨는 “동행한 어린아이가 정남의 어린 시절을 빼다 박았다”며 “사진으로 볼 때 김정남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성씨는 파리의 한 호텔에서 일본 시사잡지 주간문춘(週刊文春)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북한을 떠나온 뒤 5년간 정남을 보지 못해 확실치 않지만 그 당시는 이렇게 뚱뚱하지 않았다”며 “6세까지 함께 살았지만 정남이가 결혼해서 이렇게 닮은 아이를 낳은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성씨는 김정남의 어머니인 성혜림의 두 살 위 언니다.

성씨는 김정남의 부인을 본 적은 없으나 동행한 두 여자 중 어린아이 손을 잡고 걷는 여자 사진을 가리키며 “어린 아이를 돌봐주는 여자로 생각된다. 밖으로 나갈 때는 항상 붙어서 도와주는 여성이 있다”며 “(선글라스를 낀) 또 한 명의 여성은 부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선글라스 낀 여자에 대해 “정남은 여성에 대한 심미안(審美眼)이 대단하다”며 “어려서부터 패션 잡지를 보면서 여성용 옷에 대해 비평을 하곤 할 정도로 확실하다”고 말했다.

성씨는 김정남이 일본의 조직폭력배인 야쿠자와 비슷한 복장을 한 것과 관련, “정남은 항상 양복에 넥타이를 맨다. 일본에서 눈에 띌 것을 고려해 일부러 그런 야쿠자풍 복장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씨는 “그는 장난기 있는 사람이다. 그런 복장은 영화를 찍을 때 주로 입는 복장이다. 아버지를 닮아 영화를 매우 좋아하고 15~16세 때 직접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배우를 동원해 직접 영화를 만들기도 했으며, 김정일은 매우 즐겁게 그의 영화를 봤다”고 밝혔다.

김정남이 일본에서 조사받으며 자신이 김정남이라고 밝혔다는 보도에 대해 “그런 말은 일반인이라면 북한에서는 입이 찢어져도 할 수 없는 말이다. (방문 목적은) 본인이 디즈니랜드에 가려고 왔다고 말한 그대로일 것이다. 위조여권을 사용한 것은 언론이 따라 붙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구경하러 왔다가 자신이 구경거리가 된다”고 설명했다. “김정일도 내년이면 60세다. 첫 손자가 귀여운 나머지 가도 좋다고 허락했을 것이다”고 성씨는 덧붙였다.

도미니카 위조여권을 사용한 데 대해 성씨는 “유고나 불가리아 등 사회주의 국가 사람이 자본주의 국가에 갈 때 잘 쓰는 방법”이라며 “사회주의 여권으로는 입국이 어렵기 때문에 서방세계 여권을 사는 것이다. 김정남을 체포해 재판에 회부했다면 외교문제가 된다.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으며, 이번 일본 정부 조치는 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김정남의 일본행에 대해 일부에서는 망명설이 나돌았다. 이에 대해 성씨는 “후계 싸움에 따른 망명설은 100% 이해할 수 없다. 그에게는 아버지 김정일이 곧 세계이며, 전부다. 망명설은 말이 안되며 이것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성씨는 “(김정남의 배다른 동생) 김정철도 이제 여자와 술·담배에 빠질 20세 정도가 됐을 것 같다. 그의 모친 고영희도 이제 50세를 넘었다. 김정일이 김정철만 귀여워하고 김정남을 냉대하지는 않으며, 김정남의 능력도 인정하고 있다. 그는 영어와 프랑스어 러시아어 일본어가 가능하다. 컴퓨터는 전문가 이상의 천재적인 인물”이라고 밝혔다.

후계자 선정과 관련 성씨는 “김정일은 김일성이 죽은 뒤 매우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느라 그간 후계자를 생각할 여지가 없었지만, 올 1월 김정남이 중국 방문에 동행했다는 보도가 있으며, 이는 김정남과 관련된 것을 그저 숨겨만 왔던 것에 비춰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 동경=권대열특파원 dy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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