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은 한국에 잔존하는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

17일까지 광주에서 계속되는 ‘세계의 민주주의와 인권’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한 요한 갈퉁(69) 유럽평화대교수는 “5·18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민주화운동의 중요한 상징”이라며 “80년 광주는 9년 뒤 동유럽 철의 장벽 붕괴로 이어지는 20세기말 세계 인권운동의 시발점이다”고 말했다.

갈퉁 교수는 노르웨이 출신의 세계적인 평화학자이자 평화운동가. 70년대 이후 남북한을 20번 이상 방문한 유럽내 한반도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70년대 내내 한국은 아무런 정치적 변화도 없는 경직된 국가였는데, 5·18 이후 엄청난 변화가 시작됐다”며 “광주민주화운동은 한국에 민주주의의 희망을 가져다 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80년 5월 당시 가해세력과 피해세력의 진정한 화해를 이룸으로써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 정부는 미국의 개입여부 등 아직 불명확한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갈퉁 교수는 이어 “북한에서도 머지않아 5·18과 유사한 민중운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그것이 바로 통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한반도 냉전을 녹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그런 운동이 일어난다면 광주와 같은 유혈사태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남한과 전세계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동혁기자 d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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