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방어방 등을 협의하기 위해 한·일 순방에 나선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이 8일 일본 외무성에서 스기우라 부상의 영접을 받고 있다.
/동경=AFP연합

9일부터 시작되는 아미티지 미국 국무부 부장관 일행의 방한(訪韓)은 앞으로 남북관계와 미·북관계 진전을 좌우할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3월 초 한·미 정상회담 이후 두 달여 만에 양국의 외교안보팀이 다시 만난다는 점과,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중반은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서다.

우리 정부는 이번 아미티지 부장관 일행과 함께 방한하는 제임스 켈리 동아태 차관보가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입안과 수행에 핵심적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을 통해 한국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할 생각이다. 1999년 윌리엄 페리 당시 대북정책조정관의 보고서가 한국의 구상을 초안으로 만들어졌던 것처럼 해 보려는 것이다. 더욱이 두 달 이상 교착국면에 빠진 남북대화 재개를 위해선 한·미 정책 조율이 필수적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8일 “아미티지 부장관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예방(禮訪)할 때 대부분의 시간을 대북정책에 대해 논의하도록 미국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아미티지 부장관은 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부 장관은 물론, 임동원(林東源) 통일, 김동신(金東信) 국방장관과도 만난다. 우리측은 북한의 변화를 위한 일관된 대북 포용정책의 필요성과 미·북 대화의 조속한 재개 등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미티지 부장관의 이번 방한은 대북정책 조율보다 미사일 방어체계(MD)에 대한 한국 정부의 협조 요구에 무게를 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번 아미티지 방한 기간 중 우리측은 대북정책 조율에, 미국측은 MD 협조 요구에 각각 역점을 두는 등 서로의 관심이 엇갈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아미티지 부장관의 방한 기간이 너무 짧다는 점도 우리측에 유리하지 않다. 하루 정도에 북한에 대한 인식과 대북정책 추진방법, 제네바 핵합의 재검토 등에 관한 양국의 이견을 좁히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같다. 양측이 원론적 입장만 개진하고 끝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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