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중국으로 추방된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金正男)과 관련, 여러가지 의문점이 제기됐으나 어느 한 가지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 당국자는 8일 “김정남과 관련해 국내외 언론들이 여러가지 보도를 하고 있으나, 정부로서는 어느 한 가지도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일본 언론도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한 보도와 한국 언론의 분석 등만을 보도할 뿐, 명확한 사실은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과 일본 중국 등 관련국 어디도 “그가 김정남이었다”고 확인하지 않고 있다.

◆ 일본에 간 목적
본인이 “디즈니랜드를 관광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는 것은 대체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일본 정부가 공식 확인한 내용은 아니다. 더욱이 실제로 그가 ‘단순 관광’으로 왔느냐에 대해서는 아무도 명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산케이(産經) 신문이 “일본의 어떤 국회의원을 만나 모종의 거래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김정남 방문이 구체화된 것은 올 초로 현역 일본 정치인을 만나 김일성 주석 시대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금전 관련 거래에 대해 협의를 하도록 약속이 잡혀 있었다”고 보도했지만, 공식적인 확인은 되지 않았다. IT(정보기술)분야에 대한 관심 때문에 들른 것이라는데 대해서도 정부 관계자는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 김정남의 행로
김정남이 일본에 오기 전 들른 나라에 대해 호주·베트남·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변 국가는 물론 “파리에서 가족을 만났다” “유럽을 여행했다”는 얘기도 내외신을 통해 보도됐다. 그러나 이 역시 여권을 직접 봤던 일본 정부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일본에 들른 적이 있는 여권”이라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다. 그나마 당시에 그 위조 여권을 들고 온 사람이 ‘김정남’이라는 사실은 확인해 주지 않았다.

◆ 동행한 여인들은 누구
일본의 민영 TV들은 4일 “김정남의 2번째 3번째 부인들과 함께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반 일본인들은 그 때문에 김정남 부인들로 알고 있지만 한국 정부 관계자 분석은 “아이 손을 잡은 여인은 부인이며, 선글라스의 여자는 수행원”이라는 쪽이다. 선글라스 여인이 부인이고, 손 잡은 이는 보모라는 일본 신문들 보도도 한 때는 많았다. 어린 아이에 대해서도 ‘김정남의 아들이다’는 설과 함께 ‘김정일의 막내 아들이다’는 분석이 함께 나오고 있다. 도쿄신문은 한국 정부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두 여성은 서로 자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모든 사실에 대해 관련국 정부는 마찬가지로 침묵만 지키고 있다.

◆ 일본 정부 사전에 알았나
공항 관계자들 증언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중요 불법 입국자에 대한 준비’는 하고 있었다.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벨리 울리자 바로 연행했다는 주변 사람들 증언이 전해졌다. 그러나 ‘김정남’이라고 생각했는지는 의문이다. 아사히 신문은 ‘김정남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잡혔다’고 보고된 것이 입국한 1일 밤이었다고 보도했다.

언론에 처음 알려진 날 일부 언론은 미국 CIA의 제보에 의해 일본이 잡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어 교도통신은 영국의 정보기관이 정보를 제공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의 사후대응으로 볼 때 충분한 정보를 미리 갖고 준비했던 것 같지는 않다는 관계자들 분석이다. 일본 법무성은 외국 정보기관에서 사전에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 정치적 막후 교섭 있었나
일본과 중국, 또는 일본과 북한간에 막후 교섭이 있었는지 여부도 분명치 않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베이징 외교 루트를 통해 북한과 실무적인 연락을 주고 받고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 대해 북한과 교섭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정말 모른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일본이 좋은 외교 카드를 전혀 활용하지 않고 그냥 보냈다고 믿기는 힘들지만, 구체적인 접촉 여부에 대해 일본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東京=權大烈특파원 dy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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