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는 두 개의 완전히 다른 세계가 있다. 하나는 고위 군(軍) 관계자와 특권 엘리트들을 위한 호화판 세계요, 나머지 하나는 지옥 그 자체였다.”

북한에서 의료지원 활동 중 북한의 인권유린 실상을 거론해 작년말 추방된 ‘독일 긴급의사회(Cap Anamur)’ 소속 노버트 폴러첸 박사는 8일 국회 인권포럼 토론회에서 이같이 전했다.
탈북난민 인권 토론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0회 인권포럼'에 지난해말 북한에서 의료활동을 하다 추방된 노버트 폴러첸 박사 등 외국인과 탈북자들이 참석, 탈북난민 인권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그는 “평양 주변의 아동병원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설이 취약해, 붕대, 수술용 칼, 항생제도 없으며, 기아선상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아동들에게는 부러진 나무 침대가 고작이었다. 아이들은 히틀러 독재시절 유태인 수용소에 있던 아이들을 연상시켰다”면서 “그러나 군대 고위장교가 골절로 입원한 병원은 독일의 현대화된 병원처럼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노동자들의 생활상은 처참함 그 자체이며, 인간으로서 존재하기 위한 기본적 권리가 철저히 박탈당하고 있지만, 노동당 간부와 군 고위 당국자 등은 지배계층을 위한 레스토랑과 나이트 클럽, 카지노에서 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 주제인 북한 탈북자 문제와 관련, 탈북난민보호UN청원운동본부장인 김상철(金尙哲) 변호사는 “한국 입국을 희망하는 탈북자 전원을 받아들여야 하며, 한국정부가 중국에 체류중인 탈북자의 생계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언자로 나선 탈북자 장인숙(60)씨는 “북한 강제수용소에서, 하루하루 죽음의 공포 속에서 인간 이하의 생활을 했다”며 “많은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종군위안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데, 남한 사람들은 북한에 가서 김정일과 술 마시고 사진 찍고 하지만, 탈북자 처지를 생각해 봤느냐”고 했다.

토론에 나선 서울대 백진현 교수는 “정부는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태도에서 벗어나 북한 인권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북한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시민연합’ 윤현 대표는 “북한인권 문제가 세계 사회에서 거론되고 있는데 잠자코 있는 것은 우리 나라뿐”이라고 지적했다.
탈북난민보호UN청원운동 국제공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안 리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햇볕정책은 위선이며, 이제는 인권과 원칙에 입각한 햇볕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洪錫俊기자 udo@chosun.com
/宋東勳기자 dhs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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