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15일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문제 제기를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잘 되기를 바란다’는 기조를 유지해 왔으나, 이번엔 야당이 이 문제와 관련해 전체적으로 방향을 새롭게 잡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날 이 총재를 격발시킨 것은 청와대가 야당과 상의 없이 흘린 ‘방북단에 여야 정당 대표 포함 검토’ 방침과, ‘한나라당 대표로는 박근혜(박근혜) 부총재 희망’ 등의 설(설)이다. 그러나 600억원이 넘는 비료 20만t 대북 무상지원과 남북 정상회담 준비접촉과정에 대해 야당에 아무런 사전설명이 없는 데 대한 실망과 의구심이 쌓여온 상태다. 이 총재는 “이것은 여야 영수회담에서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이 했던 약속의 위반이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 총재가 자문하는 학자들 중에 현 정권의 남북 정상회담 추진 방식과 태도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고, 이 총재가 최근 이들의 견해에 대해 새롭게 경청하기 시작했다고 주위에서 전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당무회의에서 미리 준비한 논리를 강하게 언급했다. 이 총재는 여야 3당 대표의 정상회담 참가에 대해선, 북한이 통일전선전술의 일환으로 제기해온 남북 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의 한 모델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정상회담 양측 대표는 남북 당국의 대표가 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 총재는 나아가 ‘과연 김 대통령이 김정일과 회담하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도 다시 제기했다. 권철현(권철현) 대변인은 “정부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기만 해도 큰 성과’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다”며 “혹시 남북간 합의서 표현대로 김정일과는 상봉(상봉)만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 총재는 이어 “20만t 비료를 조건없이 제공하는 것은 그동안 지켜온 대북 상호주의를 돌연히 바꾼 것”이라며 “이면합의가 없었다고 믿기 어려우며, 실무접촉에서도 북에 끌려다니는 듯한 분위기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양상훈기자 jhy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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