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준 애틀러스그룹 대표/미 MIT 정치경제학 박사

제2부 – 북한의 IT현황과 추이

“이미 거둔 성과와 경험을 토대로 인민경제의 컴퓨터화를 강력히 추진하여 하루라도 빨리 선진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과학자, 기술자들은 조선컴퓨터센터, 평양프로그램센터와 같은 연구개발기지를 거점으로 주체적으로 프로그램기술을 발전시켜, 증가하는 수요에 맞추어 질이 높고 사용이 편리한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개발, 도입해야 한다.”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1995년 평양프로그램센터에 보내는 감사문에서 쓴 말이다.

이는 누가 보아도 컴퓨터와 프로그램의 사용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노력을 촉구하는 정책발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인민경제의 컴퓨터화”라는 표현은 이미 컴퓨터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김위원장의 일련의 발언들은 몇 가지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우선 IT경제를 건설하는데 기형적이라 할 정도로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대포동 등 유도미사일을 개발한 경험으로 비행체의 유도에 필요한 수치제어 등 연산소프트웨어 등이 유별나게 발전한 바탕이 있으므로 우선 이에 눈이 먼저 갔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북한에서 소프트웨어나 데이터 베이스 등을 개발하는 곳은 이미 평양프로그램센터, 조선컴퓨터센터, 중앙과학기술통보사 등의 국가기관과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인민경제대학, 평양인쇄공업대학 등 다수가 있다.

소프트웨어가 발달한 것에 비하면 하드웨어는 아직 초보적이다. 특히 전화보급률은 매우 저조하여 인구 100명당 5명이 안되는 정도이다. 이는 중국에서도 비교적 낙후한 길림성, 흑룡강성, 요령성 등 동북3성보다 낮은 수준이다. 더구나 이 다섯대라는 통계도 평양 등의 대도시에 몰린 것으로 지방도시나 농촌에 가면 아직 전화와 인연이 먼 사람이 많은 것으로 보아야한다.

인터넷을 하며 디지털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PC를 쓸 수 있는 액세스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 대목에 가면 이야기가 더 어려워진다. 북한이 PC생산능력이 없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외부적으로는 북한이 아직 국제사회에서 테러지원국으로 분류되어 있어 전략물자의 반입을 금지하는 바세나르협정이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돕고 싶어도 아직 PC를 보낼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북한이 아직 IT사회를 형성하기 위해서 멀고도 험한 길이 남아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그 이전에 물어야 할 질문은 과연 북한의 디지털지도층이 IT사회를 형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가이다. 대답은 우선은 예스이다. 이 대답은 북한의 지도층이 IT교육과 초보적인 IT정부의 구현에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발견할 수 있다.

노동신문은 작년 12월 12일 중요한 발표를 하였다. “유능한 과학자들을 기르는 컴퓨터교육체계”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앞으로 실시될 개선방안을 공표하였는데 주요한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김일성종합대학에 컴퓨터과학대학 신설
 평양과 함흥에 컴퓨터기술대학 신설
 각급 대학에 컴퓨터공학부, 정보공학강좌, 정보공학과 신설
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평양컴퓨터기술대학에 정보센터신설
 고등중학교에서 대학에 이르는 각급 학교 학생들의 컴퓨터프로그램전시회, 콩쿠르 및 컴퓨터타이핑 콩쿠르를 조직, 정기적으로 실시

등이다. 이러한 조치들을 통하여 컴퓨터교육체계를 정비, 국가의 과학기술발전에 기여토록 한다는 것이었다.

한편 전자정부와 관련하여 흥미있는 보도가 있다. 작년 11월, 평양에서는 전국 프로그램 경연 및 전시회가 열렸는데 이때 “중앙기관컴퓨터화부문”에서 보건성의 컴퓨터화사업이 가장 높은 평가를 얻었다. 보건성의 발표에 의하면 보건성 내의 모든 국에 컴퓨터가 (펜티엄급으로 추정) 설치되어 “종합적이고 과학적인 업무처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인터넷기술을 기반으로 한 컴퓨터망”을 통하여 전국의 보건활동가를 검색, 전국 각지의 치료예방기관에 대한 보건시설안내, 보건통계자료서비스, 전자메일서비스, 데이터서비스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각도의 보건국을 망라한 컴퓨터망을 통해 통계지표를 종합, 각종 분석을 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에도 초기형태나마 폐쇄적인 인트라넷(Intranet)이 존재하여 전자정부적인 체제가 이미 형성되기 시작하였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북한에는 아직 인터넷이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공식적으로 등록된 호스트도 없다.

그러나 인트라넷의 활용은 어느 정도 보급이 되어 조선컴퓨터센터, 평양정보센터,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등이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중앙과학기술통보사는 과학기술 자료검색 시스템인 “광명”을 개발, 운용하고 있는데 이 서비스의 일환으로 전자메일로 데이터송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중앙과학기술통보사는 “약 1300단위를 망라하는 하나의 거대한 전국적 컴퓨터망을 형성,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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